넘어진 그 자리에 머물지 마라 - 정신과 의사가 들려주는 암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
김준기 지음 / 수오서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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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꼭 읽어야 할 사람색연필

 

1. 암환자가 아니더라도 문병을 갈 예정이라면 꼭 읽고가기. (제발, 당신의 위로가 환자에게는 화를 부를 수 있으므로!)

2. 트라우마에 허덕이는 사람이라면 꼭 읽기.(안전지대를 만나게 될지 모름)

3. 내 가족, 그리고 본인이 암환자라면 읽고 또 읽기. (환자의 감정변화를 본인만큼 가족도 잘 알아야 하니까요!)

5. 왜사는지, 왜 죽는지 등 왜라는 질문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도 읽어보기.

(Who knows?!)

 

사람은 날마다 죽어간다. 누구나 태어났으면 결국은 죽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사는 동안이나 죽을고비를 경험치 않은 이들이 과연 이 부정할 수 없는 진리에 대해 얼마나 생각하게 될 까? 버킷리스트이니 뭐니 차곡차곡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가는 그 사이에도 죽음은 우리 곁을 어슬렁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못한다. 그러다 암, 혹은 가장 가까운 이의 갑작스런 죽음이나 사고를 접한 뒤에 부랴부랴 당장 하고 싶었던 것과 정말 만나고 싶었던 이들에게 연락을 하게된다.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사는 방법은 간단하다. 당장 내일이라도 혹은 몇 초 몇시간 뒤에라도 죽을 수 있으니 지금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될 뿐이다. 망설이며 고민하는 그 시간들 마저 우리를 죽음의 시간으로 데려다 줄 뿐이다.

 

넘어진 그 자리에 머물지 마라. 저자는 10년 동안 현미밥을 먹으며 꾸준히 운동도 하고 흡연은 물론 술도 마시지 않을 만큼 건강관리에 철저했던 '의사'선생님이셨다. 그것도 정신과 의사니 오죽 스트레스 관리또한 잘했을까 싶겠지만 그렇지 만도 않다. 책속의 책에 등장하는 꾸뻬씨의 이야기를 보면 행복은 크게 3가지인데 이 책을 쓴 저자를 포함 대부분이 첫번째의 방법으로 행복을 쫓는다. 자신의 목표를 설정하고 타인에게 만족감을 주는 행복이 그것이다. 타인을 도우면서 부족할 수록 더 행복해지는 두번째 세번째 행복은 못나고 정말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이들의 자기위안적인 행복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게 보통이니까. 더군다나 암이란 존재는 딱히 어떤 이유에 의해서 걸리는 질병이 아니다. 추운곳에 오래 서있다고 걸리는 감기도 아니고 술이나 담배를 많이 했다고 걸릴 확률이 높은 암도 아니었다. 이유가 없었다. 이 이유없는 암의 방문은 그를 절망하게 하고 원망케했다. 왜 내게 이런일이 일어나는가? 주변사람들에게 부끄럽고 그저 하늘이 원망스럽기만 했다. 다행히 전이되거나 재발하지 않고 수술과 짧은 시간의 항암치료로 당장 재발한다거나 하는 위험에서는 벗어났지만 저자가 깨달은 중요한 한가지는 누구나 죽어간다는 사실이었다. 그 무서운 암에 걸려 회복한 사람이 겨우 그정도를 깨달았다는게 대수로울 것 같지 않겠지만 책을 한 페이지씩 읽어가며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보통의 사람에겐 큰 행복이자 축복이라는 것을 독자도 알 수 있었다.

 

이 책의 장점은 여러곳에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공감? 암을 겪어봤다는 의미인가 싶겠지만 사람이 반드시 암에 걸려야만 '넘어졌다'라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책의 부제게 암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이라 암환자가 있거나 본인이 현재 투병중이구나 그런 경험이 있는 이들을 위한 책인 듯 보이지만 결코 아니다. 제목 그대로다. 트라우마를 경험해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해당된다. 죽을 병이란건 별다른게 아니다. 살고 싶지 않고나 살고싶지만 제대로 살 수 없게 되는 상황에 빠진 상태면 암과 다를바가 없다. 그런 사건 이후 찾아오는 것이 트라우마다. 어린시절 폭력, 학대를 비롯 재난 이나 생사를 넘나들게 했던 사건 등의 외상 후 장애가 바로 트라우마다. 이 책은 그런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들과 아직은 없지만 생겨날지도 모르는 예비 트라우마 환자들인 모든 사람들을 위한 책인셈이다. 행복해지기 위해 살고 싶어지기 위한 방법은 이미 앞에서 말했다. '우린 모두 죽어가고 있다'를 매순간 상기시키는 것이다. 물론 저자는 저렇게 말하진 않았다. 차근차근 앞뒤 사정과 깨달은 바를 정리해주고 때때로 간략하게나마 리스트로 정리해 놓은 페이지도 있으니 중간중간 스킵해야만 하는 사람들에게도 앞뒤 문맥이 끊기지 않고 이해할 수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 한줄 요약을 한다면 결국 저 문장 하나 남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하고 싶지만 하지 못했던 것을 할 수 있게 되고 망설였던 것을 더는 망설이지 않게 만들어주는 셈이다. 매순간 죽어가고 있음을 깨닫게 되면 부정하게 되던 신의 존재도 인정할 수 받게 없다. 그 수많은 교통사고와 질병앞에 오늘도 무사함을 무엇으로 이해받을 수 있을까.

 

의사의 입장과 환자의 입장을 모두 경험해 본 저자가 해주는 말들은 큰 위로가 되었다. 수없이 쏟아지는 건강식에 대한 오해와 의문도 풀렸으며 왜 암에 걸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누가봐도 암 혹은 질병에 걸릴 수 밖에 없는 상황에는 놓이지 말자라는 것 등을 제대로 배울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이 웃고 공감했는데 더 좋은 감상을 남기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어느새 11월 여기저기 다이어리 등 미래를 계획하느라 벌써 부터 분주하지만 소중한 이에게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 대신 읽은내내 내 맘을 평온케 해준 이 책을 선물해주고 싶다.

 

책속 밑줄긋기색연필

 

그러나 단 한마디의 위로의 말, 단 한 번의 따뜻한 눈길이 죽음을 앞에 둔 암 환자에게는 그 어떤 항암 치료제보다 더 절실하다는 것을 암전문의들이 매일매일 깨달았으면 좋겠다.

 

한데 돈 한 푼 들지 않으면서 면역기능을 강화시키는 데 효과가 있는 것이 있으니, 바로 명상이다.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뭐죠? 확실치가 않죠? 그럼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해질 때까지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기다리세요.

 

고통은 나에게만 일어나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이 세상 누구에게나 다 일어나는 아주 보편적인 현실이라는 사실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수용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암 선고를 받았을 때도 사실 난 내가 잘 조절하고 통제하며 치료를 받으면 그전의 삶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은근한 기대를 품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 삶을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삶의 진실을 뼈져리게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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