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수호자들 갈매나무 청소년문학 1
시몬 스트랑게르 지음, 손화수 옮김 / 갈매나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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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 리세, 오로라 그리고 안토니오. 이 네사람은 세상의 수호자들이란 비밀조직의 정회원들이다. 비밀조직이라고 하니 어감이 딱딱해지고 혹은 그들의 평균연령이 아직 미성년이라는 점으로 미뤄보면 그저 장난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들이 세상을 위해 벌이는 캠페인의 목적과 내용을 알게되면 함부로 그들에 대해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과연 나이도 어린 그들이 비밀리에 모여가며 벌이는 캠페인은 무엇인가?


몇 년 전 읽었던 책, [왼쪽에서 본 세계는 지금 어디쯤 왔을까]을 통해 글로벌브랜드의 노동자인권실태를 구체적으로 접한 적이있다.. 이전에도 물론 어린아이들을 데려다 무임금 초과근무에 쉬는 시간은 물론 작업시간 동안 동료들과의 가벼운 대화도 철저하게 관심 및 발각될 경우 구타를 당하거나 아에 내쫓기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뉴스나 잡지 등을 통해 대략은 알고 있었었다. 세상의 수호자들은 바로 이런 어른들조차 두려워 쉬쉬하던 '진실'을 알리려는 목적을 가지고 시작되었다. 이들의 활동은 초반에는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노르웨이 소득1%의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에 사는 에밀리에가 동참하면서 부터 활기를 찾게 된다. 에멜리에. 보통의 10대 여학생처럼 새옷에 관심이 많고 맘에드는 이성친구에게 잘보이려는 소녀였지만 세상의 수호자들의 캠페인의 일환으로 가격표에 다음과 같은 스티커를 붙이는 안토니오를 만나게 되면서 관심을 갖게되면서 이들과 함께 하게된다. 물론 안토니오에 대한 이성적인 관심이 작용하지 않았다고는 볼 수 없다.


이 소설은 세상의 수호자들 회원인 에밀리에의 모습과, 안토니아와 사랑에 빠진 에밀리에의 모습 그리고 방글라데시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하면서도 비슷한 상황에 놓인 레자와 사랑을 이어가는 리나의 모습을 교차해가며 보여준다.


'이 두 사람은 지구 위, 70억의 살아있는 심장 중의 하나씩을 제각기 가지고 있었지만, 왜 자신들의 심장이 갑자기 숨 가쁘게 고동치기 시작하는지는 이해하지 못했다.'


사회의 심각성을 알리는 겁없는 세상의 수호자들도, 고된 노동에 시달리는 리나와 레자와 같은 아이들도 맘에 드는 이성을 발견하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되는 그 순간 이전의 날들과는 전혀다른 새로운 날이 찾아왔음을 깨닫게 된다. 리나와 에밀리에의 연애사를 교차하듯 보여주고, 그녀들의 관심을 받는 이성들에게 연적 혹은 연적처럼 보이는 이들의 등장에 극도의 반응을 내비추는 장면이 반복되는 것은 두 소녀가 분명 똑같은 존재라는 것을 각인시키는 것이다. 너무 힘든 현실에 연애마저 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라기보다는 이성에 대해 똑같은 호기심을 갖고 위기를 직면했을 때 무섭게 돌변하는 심리변화는 그들에게 감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통받고 있는 잔인한 현실을 비난하는 데 훨씬 더 효과적인 대비가 되기 때문이다.


그녀가 적극적으로 세상의 수호자들의 정규회원으로써 활동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된다. 늘 새옷에 목말라하던 이전과는 달리 중고옷가게에서 옷을 구매하고 머리에 골판지만 들은 것 같은 여성을 쫓는 남자애의 대한 미련을 버리게 되고 새옷을 사오고, 불법으로 사육되었을지 모르는 닭고기 요리를 하는 아버지에게 의견을 피력하는 등 내외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히 말할 수 있어요. 싼 물건을 구입할 때는 그 뒤에서 틀림없이 누군가가 희생당하고 있다는 것을요. 우린 그걸 알아야만 해요."


과연 그럴까? 타브랜드와 거의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판매하면서 가격적인 경쟁력까지 갖춘 브랜드는 이를 만드는 실질적 제조자들이 모두 노예처럼 희생당하고 있을까? 고가의 브랜드의 장인들 및 하청업자들은 이들과는 다른가? 꼭 그렇지만은 않음을 전체 글에서 어김없이 강조하듯 등장하는 맥북과 아이폰을 통해 드러난다. 애플사의 하청업체인 중국의 팍스콘 또한 다를바가 없다. 심지어 이곳은 중국나라에서 법으로 노동자들의 인권을 말살하는데 동조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그렇다면 우리가 뭘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이 책을 읽게되는 독자들, 대기업의 하청을 받아 일하는 대다수의 공장들의 노동현실을 알게한 뒤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는 것을 작가도 모르지 않는다. 마치 에밀리에 아버지의 비난도 아닌 솔직한 물음은 우리의 마음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에밀리에와 라스역시 변함없이 아이폰과 맥북으로 통화를 하고 작업을 한다. 적어도 우리는 아이폰이, 맥북이 어떻게 제조되는 지는 알고 있어!라고 말하면 달라질까? 이들은 더이상의 새로운 맥북과 아이폰 발매 소식에 흥분하며 앞다투워 구매하려는 이들과 전쟁을 치르지 않게 될 것인가? 아니다. 이 소설의 핵심은 책에 열거된 브랜드가 이토록 나쁜 악덕기업이며, 소년소년들이 희생당하고 있으니 아에 새제품을 사지맙시다!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에멜리에의 아버지가 에밀리에게 거듭 물어보는 까닭은 새제품을 안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강조하는 것과 같다. 이런 사실을 알고 언론이 관심을 가지고 이에 반대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커지게 되면 소비자없이는 살 수 없는 기업들이 미약하게나마 태도를 달리하게 된다는 것이다.


방글라데시의 옷공장을 시작으로 초콜렛을 생산하기 위한 원료로 코코아가루를 생산하는 과정에서의 부당함, 애플사의 하청업체는 팍스콘의 부당함 그리고 햇빛도 볼 수 없거니와 제몸하나 제대로 둘 수 없을 정도의 좁은 양계장에서 사육되는 양계장의 닭 등 사회 전반에서 행해지는 노동력 착취실태를 에밀레가 속한 세상의 수호자들을 통해 보여준다. 캠패인은 때로는 성공하고 때로는 실패한다. 성공의 의미는 많은 사람들의 그들의 캠페인 소식을 접함으로써 세상저편에서 행해지는 또다른 노예들의 실상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 된다. 이것이 작가가 이런 내용의 소설을 거듭 쓰게되는 목적이 되기도 한다.


과연 세상의 수호자들의 캠페인은 끝까지 성공할까? 그들의 바람처럼 대기업이 먼저 고개를 숙이고 하청업체의 노동관리를 철저하게 관리하여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긍정적으로 대답할 수 있는 독자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답은 이미 나와있다. 행동은 독자의 몫, 적어도 몰라서 행동할 수 없었다는 변명과 핑계는 할 수 없게 되었다.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지 고민은 시작되었을 것이다. 나도, 이 리뷰를 읽게되는 당신도. 행동하는데에 나이는 중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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