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1 - 1453년부터 현재까지 패권투쟁의 역사
브랜든 심스 지음, 곽영완 옮김 / 애플미디어(곽영완)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유럽1,2를 만나기 이전에도 시험이나 별도의 문서를 제출하는 암기를 요하지 않을 때라면 역사책은 재밌다고 생각했다. 곧 잊어버리긴 했어도 추후에 유사한 내용을 접하면 하나하나 겹겹이 쌓이는 패스츄리처럼 더 많은 것을 알게된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큰 그림이라던가, 애초에 얘들은 도대체 왜이렇게 전쟁을 좋아하지? 1,2차 세계대전은 강대국의 힘자랑이라 느꼈고 러시아와 독일 그리고 스웨덴이 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굵직굵직한 사건을 중심으로 소설처럼 느껴지는 인물들과의 관계도와 헤프닝에 더 관심이 갔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순수하게 읽는 시간만 열몇시간이었던 유럽1,2를 통해 이들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이유와 시기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신성로마제국, 유럽의 중심이자 지금의 독일지역은 근세가 시작되는 1453년, 백년전쟁 이후 유럽주변국가들이 각각의 이유로 눈길을 뗄 수 없는 곳이었다. 신기한건 유럽하면 지금도 미국과 급부상한 중국을 제외한 강대국이며 스스로가 중심이라고 생각할 것 같았는데 콘스탄티노플을 빼앗긴 시점부터 오히려 유럽인들은 자신들이 변방이라고 믿고 스스로를 좀더 부강해져야 한다고 믿어왔다는 것이다. 이는 종교가 왜 유럽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지를 한번에 이해시켜주는 부분이기도 했다. 가톨릭 성지를 중심으로 유럽은 주변국이다. 때문에 신대륙 발견조차 실은 오스만 제국의 눈을 피해 전쟁을 치르려는 유럽인들의 계략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 중심에 앞서 말한 독일, 신성로마제국이 있어 프랑스, 잉글랜드, 오스트리아 등의 나라가 연합과 동맹, 적국의 대상이 수시로 바껴가며 전쟁을 치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패권투쟁, 이 책의 중심이기도 한 내용보다 더 관심이 갔던 것은 언론의 역할이었다. 잉글랜드와 독일에서 언론이 부흥할 수 있었던 것은 주변국에 대한 관심이 컸기 때문이고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어 가능했던 것이다. 언제든 이웃나라에서 독일을 흡수하거나 자기가 속한 나라에 침략할 수 있었기 상황이라 자국에서의 국내정세 및 국외정치에 대해서도 긴밀하게 정보를 나누고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에서 나라가 부강해지기 위해, 이웃나라들과 원만한 교류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언론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고 좀 더 활발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것이 정답은 아니었다. 러시아의 끊임없는 유럽에 대한 욕심은 전쟁이 불가피했고 평화적인 조약이나 대화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독일을 중심으로 주변국들의 연맹만 생겨났다 소멸되면 좋겠지만 폴란드와 러시아, 위로부터는 핀란드와 스웨덴 그리고 30년 전쟁이후 세력이 약해지긴 해도 여전히 오스만 제국의 위협도 무시할 수 없었기에 이들의 연맹역사는 그야말로 다채롭기까지 하다. 오스만 세력을 저지시키기 위한 신대륙의 발견이 스페인에게 막강한 부를 축적시켜주는 것을 보게된 프랑스와 잉글랜드조차 인도, 아프리카 그리고 아메리카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면서 패권투쟁의 양상은 더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변화되고 '미국'이라는 나라를 탄생시키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1권에서는 대략 위의 내용이 반복된다고 볼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지금 각국의 정부가 시행하는 정책들과 그 배경이 놀랍도록 흡사하다는 것이다. 잉글랜드나 프랑스의 경우를 보면 대외정책의 성공여부에 따라 군주의 힘이 결정되는 것을 볼 수 있고 복지국가의 전형이라 볼 수 있는 스웨덴의 경우는 이미 17세기부터 귀족들에게 세금을 거둬들이고 공정하게 분배하려는 정책이 시행했으며 스스로가 유럽국가라고 자부했던 러시아인들은 지식인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대신 강력한 군사력을 키워 19세기에는 오로지 미국과 상대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가 될 수 있었다. 독일역시 통일이전까지는 민족의 자유를 위함과 주변국에 시선아래 놓여있다가 프랑스 나폴레옹의 패배로 이뤄진 통일로 인해 교육, 군사 및 경제등에서 두각을 나타나기 시작했다. 독일이 이렇게까지 부강해 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비스마르크가 존재하며 그의 전력을 바탕으로 히틀러와 같은 인물이 탄생하였으며, 실제 1차세계대전에서 러시아가 독일을 적국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면 당시의 학자들의 예견처럼 독일이 유럽을 단일국가로 통합할 수도 있었다. 거기다 1차 세계대전때 승리했던 일본역시 2차세계대전에서 독일과 손잡음으로써 이전에 잉글랜드와 프랑스과 동맹했던 상황을 다시금 반복해서 보여준다. 이때는 미국과 연합국의 동맹으로 유럽 뿐 아니라 세계를 위험으로부터 구할 수 있었것이다. 두꺼운 책이지만 단순하게 보자면 내용은 그야말로 패권투쟁 그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볼 수 있다. 2차 세계대전이전이 통합의 시대였다면 그 이후는 분리의 시기라고 볼 수 있다. 부강해졌던 독일이 나뉘어지고 한국 등의 나라가 유럽과 미국에 의해 나뉘어지게 되면서 미국과 러시아 2개국의 대립형상이 마련된다. 예전에 오스만 제국 그리고 러시아의 등장처럼 현재는 중국의 등장으로 또 한번 세계는 지형적 변화를 맞이할지 모르는 위험 혹은 기회의 상태가 되어 있기에 이 책은 단순히 과거의 역사를 돌아보는 정도로 해석할 수는 없는 것이다. 서문에 저자가 밝힌 것처럼 독일의 통일과 분리의 역사를 통해 한국또한 참고해야 될 부분이 있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전에 역사책을 보면 마치 한 사람의 잘못된 결정이나 욕심이 전쟁을 일으켰다고 느껴졌는데 유럽1,2를 읽으면서는 각국의 입장이 정당했다기보다는 수긍이 간다고 할 수 있다. 한쪽의 힘이 너무 커지면 자연스레 위협을 느끼게 되고 그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되고 반대의 경우도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내국의 정세가 안정화되지 못하고 시민들의 불만을 안고 있는 국가는 내분에 의해서 자멸할 수도 있고 외세침략에 방어력도 약해질 수 밖에 없다. 정답은 아니지만 그 무엇보다 허를 찌르는 조언을 역사는 말해주고 있었다.


'역사는 검증된 요리법을 적어놓은 요리책이 아니다. 역사는 격언이 아닌 비유를 통해 교훈을 준다. 역사는 비슷한 상황이 나타나면 결과를 예측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지만 어떤 상황이 비슷한 지를 파악하는 것은 각 세대의 몫이다. - 헨리 키신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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