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이력 - 평범한 생활용품의 조금 특별한 이야기
김상규 지음 / 지식너머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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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이력, 글 사진 김상규.

작년 봄, 파스텔 핑크 바탕에 오래된 독수리표 카세트 사진이 실린 책이 있었다. 책 제목은 독수리표 쉐이코 카세트 였는데 보통의 저자가 과거로 부터 현재까지 즐겨 듣던 음악, 책 그리고 영화와 같은 문화상품들을 추억하는 내용이었다. 당시 책을 읽으면서 실제 본적없던 그 카세트가 어찌나 가고 싶었던지. 또 누군가 훔쳐가거나 망가져서 내 곁을 떠난 소니 휴대용 카세트를 한참이나 그리워했었다. 그 그리움을 다시 상기시키게 된 건 책, 사물의 이력 덕분이다. 조금은 낡은 제품이거나 단종된 제품에 미련이 많은 편이라 이 책 역시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타자기며 볼마우스 그리고 필카등등 소장하고 있는 것들의 이야기라 첫 페이지부터 설렘과 기대가 컸다.

"아마 내가 디스켓과 카세트테이프를 쉽게 버리지 못하는 이유도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기록 매체에 대한 미련 때문일 것이다."

그런 기대에 아랑곳 없이 부제는 평범한 생활용품의 조금 특별한 이야기다. 누군가에게는 아주 많이 특별했던 사물이야기는 총6개의 구성으로 나뉜다. 앞서 언급했던 독수리표 쉐이코 카세트가 1장의 주제로 한권을 묶었다면 그보다 더 다양한 주제로 사물의 이야기를 듣게되는 셈이다. 아마 80년 이전 태생들에게는 1장이 가장 반가울 수도 있다. 아에 단종되어 구하기 어려운 상품도 있지만 리어카 그리고 지게는 여전히 건실하다. 작가는 사라진다고 했지만 사라졌다기 보다는 하나의 장소 혹은 역할로 축소 혹은 집중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추억이 넘어 2장에서는 동물의 모양을 본 뜨거나 상징성을 가진 사물들이 등장한다. 바로 이 챕터부터 이전과 달리 새로운 사물의 성격을 접하게 되는데 까치발하면 떠오르는게 무엇인가. 무언가 부정하거나 부끄러운 행동 등을 뒤로하고 물러날 때 까치발을 하고 라는 표현을 쓴다. 이 까치발이 사물과 만나면 어떻게 될까? 선반의 수평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부분이라고 한다. 때문에 인간의 행동과 만나면 다소 위축되었던 까치발이 사물의 수평과 버팀목 역할을 지지하면서 제법 쓸모있는 자격을 갖는것이다. 3장에서는 공장 혹은 산업화의 산물이라 보이는 것들의 이야기인데 컨베이어 벨트를 언급하자면 이 기계가 어디에 설치되어 있느냐에 따라 우리의 감각이 다르게 반응한다. 회전초밥집에서는 그야말로 기다림의 미학을 깨우치게 된다. 내가 주문한 것 혹은 타인이 주문한 다양한 초밥이 눈앞에서 계속 지나간다. 심지어 지갑사정만 고려하지 않는다면 눈앞에서 어떤 것이라도 내것으로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외의 공장 혹은 쇼핑몰등에서 만나면 그것은 '노동' 그자체로 씁쓸해진다. 

"오래된 기술과 도구에 대한 문제로 집중해서 보자면 새로운 것에 대한 로망 때문에 그동안 잘 사용하던 것도 쉽게 버려왔음을 깨닫게 된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많은 정보를 얻고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면서 대단한 기술과 취향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 한 것 같다."

몇가지 사물의 이력만 끌어냈지만 읽으면서 신기하네를 연발하게 되는 이야기가 참 많다. 남들은 다 알고 있었던게 아닐까 궁금증도 자아내며 사람이 아닌 사물에게도 애착이 심하면 삶이 피곤해지는구나 하고 살짝 깨달음도 느낀다. 제법 두꺼운 책에 몰랐던 사물의 능력까지 목차를 한번 보고 관심가는 사물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디자이너의 눈으로 본 꽤나 전문적인 해설도 있으니 디자인을 전공하는 이들도 사물을 보는 다양한 시선을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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