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메멘토리. 죽음을 기억하라. 
데쓰세이빙.
친화력 그리고 자연.

이 소설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키워드이자 그 자체가 주제다. 자신의 이름을 그리고 위치를 그대로 등장시킨 소설 마음은 대놓고 픽션과 논픽션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며 이런 구성의 소설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 독자와 함께 저자도 치유를 받고 있구나 하는 기운이 들었다.

절친 요지로를 잃은 나오히로는 무작정 강상중 교수에게 편지를 전해준다. 친구의 죽음이 너무 헛되지 않았냐고, 그렇게 일찍 세상을 등질꺼라면 애초에 그의 탄생과 삶 전부가 무의미 한 것이 아니냐고 물어온다. 젊은 혹은 그보다 더 어린 친구들의 죽음을 전해 들을 때 난 한번도 그들의 삶 자체가 무의미 했던게 아닌지를 의심해보지 못했다. 그들은 살아있었고 더 살지못한, 어차피 더 산다고 행복과 행운의 미래가 손내미는 것도 아닌데 그러지 못한 것에 아쉬움과 살아남은 나는 그나마 운이 좋구나 하는 어느정도의 이기적인 생각만 들었던 것이다.  살면서 삶은 무엇인지, 의미있는 삶 혹은 가치있는 삶은 무엇인지에 대해 자문하고 혹은 나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을것만 같은 누군가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삶은 무엇이냐고. 반대로 죽음은 무엇인지를 묻지 않는다. 다만 죽음 너머 영혼의 존재여부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을 뿐 죽음 그자체에 대해서는 그다지 심각하게 이야기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지인의 죽음은 그대로 전해져 열심히 살아야지, 그들의 몫까지 혹은 그들의 바람까지 살아야겠다 다짐하고 이 또한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소멸해버리곤 했다. 이야기 초반에 친구 요지로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진 나오히로의 편지들은 마치 내가 쓴듯한 착각에 빠지고, 이 편지에 답장을 쓰는 강교수의 답변에 위로를 받았던 것은 때문에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나오히로가 대지진 이후 그곳에서 시신을 수습하는 자원봉사를 시작하면서부터 나오히로와 보통의 나는 극명하게 갈린다. 죽음을 마주할 용기를 가진 나오히로와 죽음은 숭고하지만 그 이상은 알고 싶지 않은 비겁하고 초라한 내가 남는것이다. 만약 나오히로가 나와 같은 성격이었다면 소설 마음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나오히로처럼 죽음의 의미를 정면으로 맞딱들일 수 있는 용기와 기회가 주어지진 못한다. 교수는 마치 그런 우리를 안타깝게 바라보듯 그리고 자신의 상처도 치유할 목적으로 마음을 집필한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단순히 죽음과 삶만을 철학하고 나름의 결론을 내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괴테의 친화력이라는 작품을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접근해온다. 나오히로는 대학 연극부에 속해있고 자신이 경험했던 일들을 짝사랑하는 모에코에게 들려줌으로써 친화력을 각색한 한편의 극을 탄생시킨다. 모에코는 죽은 요지로에게도 연정의 대상이었다. 요지로가 죽기 직전 모에코에 대한 마음을 담은 편지를 나오히로에게 부탁했지만 그는 편지를 전달해주지 못한 일로 더욱더 괴로워 한다. 이런 이야기가 모에코가 괴테의 친화력을 통해 하나의 작품이 극화로 각색되어 가는 과정은 읽으면서도 상당히 놀라웠다. 1차적으로 현대극으로 옮겼을 때 보다 대지진이라는 사건과 결합하여 실제 무대로 올려지는 과정은 작가의 필력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 정말 무심하면서도 이렇듯 핵심을 제대로 보고 있는 이 사람은 마치 모든 것을 알면서도 상처받고 그 상처속에 자신이 치유받을 수 있음도 꿰뚫고 있는게 아닌가 싶었다. 소설소게서는 나오히로가 치유되는 과정이 주가 되고 마지막에야 비로소 작가가 먼저 간 아들로 인해 받은 상처와 그로인해 피폐해진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결국 이 한편의 소설자체가 그의 마음속에서 떠오른것이니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죽음은 무엇일까. 죽음을 기억하라. 메멘토리 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그 단어와 함께 데쓰세이빙이란 단어도 반복된다. 죽음을 걷어올리는 것. 살아남은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잊는 것도 절절하게 상기시켜 생채기를 내는 것도 아닌 자연 그대로 모든것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을 양분으로 더욱 힘차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결코 죽음과 삶은 반대의 뜻도 아니고 어느것이 선한것도 옳은 것도 아닌 함께 가는 것, 더이상 삶을 중시하고 죽음은 무섭고 두렵고 더러우니 구석으로 치워둬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책을 읽는 동안 죽음만을 떠올린다. 마치 주문처럼 죽음을 반복해서 떠올린다. 하지만 거듭말하지만 단순히 이것만을 말하는 작품은 아니다. 더 큰 것을 혹은 이외의 이야기를 더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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