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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러브 - 당신의 눈과 귀를 열어줄 사랑에 관한 A to Z
대니얼 존스 지음, 정미나 옮김, 전소연 사진 / 예문사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남녀사이를 분석하고 해석해주는 쇼프로부터 전문강사를 내세운 강의까지 그야말로 많은 '연애박사'들이 넘쳐나고 있다. 하나같이 그들은 다양한 연애경험과 치료혹은 조언을 댓가로 수집한 타인의 연애사까지 보통의 우리보다 좀 더 연애를 잘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도 신은 아니기에 무턱대고 그들의 의견을 맹신하는 것은 위험하다.
"나에게 사랑에 대해 얼마나 배웠느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피클에게 식초에 대해 얼마나 배웠느냐고 묻는 격이다."
유명 연애컬럼 모던러브의 대니얼 존스가 서문에 밝힌 이야기다. 심하게 과장되긴 했지만 적절한 비유가 아닐 수 없다. 이 책에서 여타의 연애책처럼 이래라저래라의 단답식의 해답을 얻기는 쉽지 않다. 읽다보면 아, 그렇구나 정도랄까.
작가는 사랑이 감정의 문제인지 혹은 선택의 문제인지에서부터 출발한다. 이문제에 답을 하기전에 우선 사랑할 상대를 만나고 싶다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책의 전반에 등장하는 방법은 요즘 누구나 하는 SNS를 통한 접근이다. 이와 함께 연애매칭 웹사이트 등이 등장하는데 이렇게보면 왠지 사랑이 운명이 아닌 선택처럼 보인다. 하지만 읽다보니 운명에 더 가깝다. 대니얼존스는 자신의 와이프와의 만남을 이야기하며 연구목적으로 연애매칭 사이트를 이용해본 경험도 들려준다. 서로를 솔메이트라고 믿고 있지만 정작 그곳에서 추천상대로는 한번도 만나지지 않는다. 물론 매칭사이트로 인연이 되는 경우도 많지만 반드시 나의 솔메이트가 내가 선택한 기준이나 기존에 갖고 있는 이상형은 아니란 것이다. 뭐 이부분은 기존에 다 알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럼 추가적으로 이 책을 통해 깨달은게 있다면 얼굴을 서로 알고 만남을 지속하는 관계는 온라인상으로 연애를 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을거라 오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목소리를 나누며 만나는 것, 타이핑을 통해 활자로서 연애를 하는 것이 같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부분을 읽으면서 내가 쓴 리뷰, 그것도 호평이 아닌 악평으로 가득찬 리뷰를 내가 저자의 얼굴을 맞대거나 혹은 일반 독자들과 대면한 상태에서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 절대 못그럴거란 생각이 든다. 어떤면에서 활자가 솔직하거나 조금 과장되어 있을 수 있다.
우디 앨런의 영화 <애니홀>에 유명한 대사가 나온다.
"관계라는 건 말이야, 상어 같거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해. 안그러면 죽어버리니까."
상대방을 위의 경우 혹은 그야말로 운명과 같은 상황에서 만난 이후 도래하는 위험은 나의 과거 혹은 문제점 등을 언제 밝힐 것이냐에 대한 의문이다. 사소한 비밀부터 어마무시한 비밀까지 타이밍이 정말 중요하긴 하지만 확실한 시기는 작가조차 콕집어 말해줄 수 없다고 한다. 결국 상대방과의 신뢰문제가 아닌가 싶다. 이부분은 다소 좀 아쉬웠다. 여러가지 사례를 보여주긴 하지만 결국 케이스바이 케이스란것.
그런가하면 작가와 완전하게 의견일치를 보이는 부분은 지나친 쿨함이 오히려 연애를 망칠 수 있다는 것이다. 훅업이 만연해진 대학가를 빗대어 설명하면서 여성의 자존감이 높아질 수록 쿨함을 강요받고 있다고 한다. 난 쿨하니까, 남들도 그렇게 하니까 감정을 감추면서 괜찮다를 반복하는 모습, 절대 쿨할 수 없다. 관계를 편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자신의 감정은 점점 죽어가고 진지한 관계로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이 바로 이런 잘못된 쿨함이 아닐런지.
작가의 연애이야기를 비롯 다양한 누군가의 연애사와 가정사를 읽으며 자신의 연애문제를 가늠해보는 것은 좋은 방법이다. 많이 연구하고 많이 듣다보면 방법이 저절로 생각나기도 하고 스스로 위안을 삼을 수도 있다. 책 모던러브는 딱 거기까지의 책이며 그때문에 좋은 책인 것 같다. 맹신하지 말고 쿨한척도 말고 진지하게 나만의 방식으로 연애를 연구하는 것,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하는 연애인데 내 방식이 필요한게 아닐까.
"사랑은 내버려 둘 수 없다.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사랑을 더 잘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