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의 내숭
김현정 지음 / 조선앤북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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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김현정의 내숭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인. 다소곳하면서 차분한 차림새와 달리 지나치게 편안한 자세와 속살이 비치는 치마며 손에 들고 있는 정크푸드는 아이러니 그자체다. 전체적인 그녀의 작품은 바로 그 아이러니를 화폭에 담았다. 

'내숭 이야기는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을 희화화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내숭시리즈의 첫 시작은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한 '창조된 모습'이었다가 어느순간 그림속에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되면서 자연스럽게 스스로가 모델이 되었다고 한다. 저자프로필에서 설핏 보이는 작가의 모습은 참 아름답다. 말그대로 얼짱수준으로 그림속에 그녀보다 훨씬 세련되고 아름다워보였다. 아마도 한복을 차려입고 퍼진 자세로 자주 등장하는 여인에게서 아름답다라는 탄성이 나오는 것은 실제모델의 미모에서 기인된 것이라 보인다. 감상만 전부인가 싶었는데 작품에 대한 설명, 작품이 탄생하게 된 배경까지 세세하게 적어놓은 부분도 있어 그저 예쁜 그림이 아니라 그야말로 '예술작품'이구나 하고 페이지를 넘길수록 고개가 끄덕여졌다.

'화장하는 동안 여자는 자신에게 놀랍도록 몰입하며 역설적이게도 스스로를 가장 객관적이고 솔직하게 마주한다.'

관리하면 할 수록 더 예뻐지는 이유를 작가는 수월하게 풀어냈다. 화장을 통해 스스로를 더 잘알게되고 그래서 더 사랑받게 된 여성은 예뻐질 수 밖에 없으리라.

학창시절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사람은 미워할 수록 닮아가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는 글에 상당히 진지해졌다. 흔히 아이를 가진 임산부에게 시댁식구를 미워하지 말라는 의미로 그런 말을 하시던데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아버지를 극도로 미워하면서 그 아비와 똑닮아가는 아들이나 엄마처럼 살기 싫다고 반항하면서도 결국 나도 같은 여자였구나 체념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래, 나를 잘 알기 위해서 미운 사람들을 다시 한번 바라본다는 작가는 참 아무렇지 않게 정곡을 찔러준다. 작품은 모두 아름답고 맘에 와닿지만 한참을 머무르게 한 것은 내숭시리즈 이전 초기작품 중, 자기에서 피어나다 였다. 지금은 결혼을 해서 아이엄마가 된 친언니를 생각하며 그린 작품으로 나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자매들은 언니의 혹은 여동생의 결혼이 마치 자기의 결혼인듯 큰 충격이 가해질 수 밖에 없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부모가 느끼는 상실감과는 또다른 차원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처음 판매된 작가의 작품, 생각이 모여 나를 이루다2 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상념에 젖게 된다. 처음 팔린 그림이라 애착이 간다는 담담한 설명에도 무언인가 큰 울림을 주는 그림, 내가 그곳에 있었으면 아마도 내가 첫 구매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책을 다 읽기 전에는 정말 단순하게 예쁜 그림, 그래 누군가의 내숭을 실컷 훔쳐보자하는 맘이었는데 20대를 지나가는 작가의 덤덤한 필체에 그림만큼이나 마음을 많이 빼앗겼다. 훔쳐보자던 마음이 어느새 독자의 마음을 훔쳐가버린 작가 김현정. 그녀의 내숭이야기가 벌써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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