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찌결사대 - 제2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샘터어린이문고 40
김해등 지음, 안재선 그림 / 샘터사 / 2013년 9월
평점 :
품절


발찌결사대.

마술을 걸다.

탁이

운동장이 사라졌다.

 

총 4편의 동화가 실린 발찌 결사대는 제2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이 담긴 동화책이다. 동화책은 소설이나 인문서에 비해 편안하게 읽고 생각의 양은 부족하지 않아 늘 만족스러웠는데 이 책은 생각 그 이상을 남겨주었다.

 

우선 가장 맘에 들었던 '운동장이 사라졌다'라는 작품 부터 먼저 이야기 하고 싶다. 공부만을 강요하는 모든것을 해결 할 수 있는 완벽한 교장 덕(?)분에 운동장에서 놀 수 없는 아이들. 어느날 시름시름 앓는 듯 싶다가도 투정부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반에서 탐정이라 불리는 '나'는 그 소리가 누구의 소리인지 쫓고 있지만 주변에서는 다들 모른척만 한다. 그러다 운동장에 파도가 밀려들고 학교가 하늘위로 솟는등 SF적인 요소가 가미되기 시작하는데 내용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운동장이 아파서 앓을 만큼 이전에는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고 수업시간에도 열심히 달렸는데 어느샌가 학교에서는 체육시간이 자습시간으로, 방과후 운동장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은 학원으로 발길을 옮긴지 오래다. 이런 현실을 재미나게 표현하면서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교육자의 안타까움도 함께 담아낸 작품이라 모든 것이 어른들의 잘못으로만 비춰졌던 이전작품들과는 달리 어른들도 상처받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다음은 타이틀이기도 한 발찌결사대. 닭둘기를 다들 알 것이다. 뒤뚱뒤뚱 분명 새였으나 지금은 새가 아닌 '피해야 할 골칫거리'가 되고만 비둘기. 평화의 상징이던 때는 요즘 아이들에게는 믿을 수 없는 현실이다. 비둘기가 닭둘기가 된 까닭은 인간들의 이기심도 한몫했지만 작품에서는 좀 더 큰 세계를 빗대어 보여준다. 생존만 보장되면 '자유'와 '사고'를 박탈당해도 상관없는 듯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재밌어보이기만 한 이 작품이 그 어떤 사회소설보다 가슴을 아프게 할 것 같다. 무서운 개에게 잡혀먹힐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단체에서 소외당하는 괴로움은 물론 당장 먹이를 먹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이겨내는 것은 바로 자유의지. 그 자유의지를 과연 지금의 나는 갖고 있었는지 심각하게 생각해보았다.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편안한 독재에 길들여지고 있었던것은 아니었나 동화를 읽으면서 몇안되게 충격아닌 충격을 받았다.

 

탁이는 읽으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참고로 탁이는 사람의 이름이 아니다. 준호가 보호하려 했던 꼬꼬 닭의 이름이다. 아비가 감옥에 간 까닭에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준호는 어딘가에 '갇힌'다는 것, '감옥'이란 단어에 오줌을 지리고 마는 여린 아이다. 닭을 풀어놓으니 알을 낳은 곳을 알 수 없어 가둬야겠다는 할아버지의 말에 탁이를 지키려는 준호의 행동은 흥미롭기 보다는 마음이 아파왔다.

 

동화 특유의 밝은 표현과 가벼운 말투에도 짐짓 어두웠던 내용이었던 세편과는 달리 '마술을 걸다'작품은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편안한 작품이다. 물론 그 편안함 속에서도 어린시절 꼭 한번씩 하게되는 '이름에 대한 불만'을 슬기롭게 이겨내는 유만수의 기특함도 담겨져 있어 단순하지 않고 좋았다.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답게 스토리의 힘이 단단하고 야무지다. 아이가 읽고서도 사회에서 발생하는 여러문제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해줄 뿐 아니라 또래의 아이들이 갖는 고민거리와 관심사도 빼놓지 않고 담겨있는 작품집으로 이 책은 꼭 사서보라고, 당장은 그냥 읽더라도 나중에 꼭 소장해두고 아이와 함께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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