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제 르 브룅 - 베르사유의 화가
피에르 드 놀라크 지음, 정진국 옮김 / 미술문화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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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이 다하는 날까지 그림을 뜨겁게 사랑하리라.'

 

비제 르 브룅. 처음 신간으로 책을 접했을 때 표지에 그려진 인물이 당연 마리 앙투아네트는 아닐테고, 설마 르브룅 본인은 아니겠지 하며 궁금했었는데 읽다보니 표지에 실린 그림보다 더 예쁜 모습이 담긴 자화상이 많았다.  본인과 딸의 자화상 뿐아니라 유전적인 결함을 가진 앙투아네트를 비롯 위엄있는 귀족들을 그녀의 느낌 혹은 그들의 요구에 따라 유쾌하게 표현해 낼 줄 아는 실력자였다. 그로인해 당연 남성 화가라고 오해를 받았던데 비하면 그리 잘 알려진 화가아니라는 점이 의아했다.

 

읽다보니 지나치게 칭찬 일색이라 마치 70~80년대 위인전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얼굴도 예쁘고 실력도 출중할 뿐 아니라 화술이며 작문 그리고 모성애가 확연하게 느껴질 정도로 완벽한 자녀양육까지 딱 조선시대의 그분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여성의 시대였지만 그렇다고 여류화가가 두루 인정받았던 시대가 아니었음에도 여러 화원에 당당하게 가입하거나 권유받았다니 읽으면 읽을수록 정말 대단한 인물이구나 하는 마음과 거부감이 동시에 들었다. 프랑스 혁명 이후 유럽 전역을 남편과 함께 방랑하듯 살았던 그녀지만 머물던 곳마다 늘 고액에 작품이 거래되었으며 그녀로 부터 그림을 받은 이들은  때때로 부러 비난을 퍼붓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늘 환호하듯 그녀와의 관계를 유지했다. 무엇보다 워낙 출중한 능력으로 인해 타인의 질시를 받지 않을 수 없는 존재라는 다소 민망한 평까지 들었다.  프랑스 혁명으로 인해 베르사유를 떠나 있었던 이때를 작가는 회오리, 혹은 명암이라고 표현했지만 막상 내용을 읽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풍경화와 파스텔화로 화풍을 옮겨가면서 다소 주춤한 듯한 실력은 오히려 화술이나 친화력등으로 보완되어 쇠퇴기라기 보다는 안정적으로 나이드는 과정이지 않았나 싶다.

 

피에르 드 놀라크는 베르사유 박물관 관장이었던 만큼  그녀의 화풍의 변화와 그로인해 다소 외면받아야 했던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담겨져 있다.  그리고 르 브룅이 화려한 귀족과 궁중의 인물만을 그려낸 것으로 평가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소중한 역사 사료에 기여한 바도 언급하며 다소 치우친면이 있기는 해도 대중이 그녀의 그림과 일생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말해주었다. 본문에도 주석이 친절하게 표기되어 있지만 아무래도 낯선 주요인물들에 대한 설명은 별도의 페이지를 제공한 부분은 맘에 들었다. 르브룅 뿐 아니라 그녀가 살던 시대에 알아두면 좋을 예술가와 귀족들의 이야기도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번역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원작을 읽어야 지나치게 과장된 듯한 그녀의 모습 뿐 아니라 진솔한 인간적인 면모도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아쉬움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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