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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죽이기
아멜리 노통브 지음, 최정수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좋아하지 않아도 매번 신작이 나올 때 마다 관심을 갖고 들춰보게 되는 작가가 몇 있다. 아멜리 노통브 또한 그렇다.
작품의 호불호를 가질 정도가 아니었던 것은 개인적으로 그닥 매혹적인 책읽기 경험을 주지 못했던 작가이기도 했고 날 울리지 못했던
까닭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꼭 읽어봐야겠다 싶었던 것은 새가 알을 깨고 나와야 한다는 데미안의 글귀를
인용한점도 그렇고, 일단 세상에 모든 아들이 심지어 작가 자신 스스로가 아버지를 '죽이고'어른이 되었다는 자신감이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사람이란 본디 자신이 갖지 못하거나 도전해볼 용기가 없는 행동 혹은 상황에 부러움과 호기심을 갖기 마련이니까.
근
데 서문만 읽고 도전한 것이 착오였다 싶었다. 개인적으로 난 마술을 좋아하지 않는다. 마법은 좋아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안하게
마술사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일루셔니스트', 크리스토퍼 놀란의 반전있는 영화 '프레스티지' 그리고 최근 좋아하기 시작한 만화가
하일권의 '안나라수마나라' 세작품을 인상깊게 보았다. 고로 노통브의 아버지 죽이기의 '조'의 특출난 재능이 마술이라는 것에
거부감과 동시에 기대감을 갖게되었다.
내
용은 제목과 서문에 대충 다 드러난다. 흐름이 묘하게 흘러 느닷없는 결말이기는 하지만 어쩌면 그게 핵심이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본다. 조의 입장, 한편으로는 아버지를 택할 수 있는 기묘한 탄생배경이 그렇지 못해 괴로운 이들에게는 부러움이 될 수
있지만 반대로 택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당연하게 저사람이 내 아버지인 경우의 편안함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때문에 조가
행운이라고도 할 수 있는 노먼과의 관계에 반항하는 것이 못마땅하면서도 이해가 되는 아이러니한 감정이 공존하게 되는 것이다.
'마법'은 보는 이로하여금 현실을 의심케 한다는 노먼의 말이 읽는 내내 계속 떠오르는 것도 여기에 있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떠올렸을 때 우리가 생각하는 보편적인 '현실'을 조와 노먼은 문제해결 방식이 다르다는 점에서 우리가 갖는 현실을 의심하게 되고
의문을 갖게 만들었기 떄문이다.
두껍지 않은 책. 아버지를 죽여야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은 아
들의 손에 죽임을 당해야 비로소 아버지가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했다고 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혹은 아들이 자신을 죽일 수
있도록 아들의 '엄마'와 함께 도와주는 행위까지도 포함해서. 그런 시선으로 보자면 친모인 카산드라나 카타리나의 역할은 양쪽 모두
조가 아버지를 죽일 수 있도록 협력했던게 아닌가 싶다. 아멜리 노통부의 글은 단 한줄에서 결정이 나고, 다른 생각을 갖도록 도와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