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고 행복하게 1 - 시골 만화 에세이
홍연식 글 그림 / 재미주의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직 결혼전인 오랜 연인의 주된 이야기는 '결혼을 하게 된다면'에 관한게 많을 수 밖에 없다. 좋게 말해 대책없이 천하태평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철이없는 난, 평소에 결혼하면 시골에서 한적하게 우리둘만 하루종일 바라보며 식량도 자급자족, 의류도 자급자족 하며 남들의 기준에 더이상 맞추지 말고 살아보자고 했더랬다. 그런 내용을 담은 만화, 더군다나 직업이 만화가와 동화작가인 부부의 이야기는 마치 나의 5년뒤를 보는 듯 싶어 더더욱 읽고픈 마음이 들었다.

 

두권의 따끈 책을 받았는데 표지를 넘기고 프롤로그를 읽는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 시골 만화 에세이에서 '만화'만 생각했던 내게 장문의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듯 길어지고 늘어진 내용이 맘에 들지 않아기 때문이다. 동정심을 갖고 읽으라는 의민지 그토록 힘들었음을 과시하듯 써내려갔다고 생각하며 책을 펼치기전 가졌던 기대와 설레임은 온데간데 없이 책을 저만치 밀쳐두고 정작 본문은 읽지도 않고 투덜거렸다. 읽고 싶지 않았다. 그림체도 왠지 나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림체를 몰랐던 것도 아니면서!) 마조앤새디의 컬러취향이 내 취향이며 시종일관 코믹하게 어찌보면 적당히 럭셔리한 부부의 삶(그나마 연상인 아내분의 포스는 미니홈피 얼짱수준!)과 대조적인 우울한 프롤로그때문에 하마터면 이 재미난 책을 놓칠뻔했다. 불명증이 이럴때는 도움이 되어 저만치 밀어둔 책을 그래도1권이라도 제대로 읽어보자는 마음에서 본격적인 만화스토리가 시작된 후 10페이지가 넘어가자마자 완전 몰입이 되었다. 아, 이만화는 단순히 시골생활의 불편함을 견디고 난 이후에 자연의 대한 경외심과 전원생활의 안정화 정도의 뻔한 전개와 결말에서 끝나지 않았기 떄문이다.

 

책의 구성은 일어난 사실을 2페이지에 사진과 함께 간략하게 전달하고 그다음 페이지에 극화로 적당히 유머와 과장을 섞어 '만화'답게 버무려놓았다. 만화가인 저자는 산속에 틀어박힌 집에 이사온 후 수개월을 고민하고 방황하고 한달에 7kg이 빠질만큼 괴로워했다. 내가 과연 산속으로 도망온것인지 이것이 본인의 선택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의 해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옆에서 자신을 의지함과 동시에 늘 밝게 곁을 지키는 아내에게 투정까지 부려가며 그는 점차 괴로워했다. 그의 자조적인 질문을 사는 동안 여러차례 경험하게 된다. 집을 포함한 경제적인 부분일수도 있고 창작과 현실사이에서 괴로워하는 예술가들뿐 아니라 이직할것인지 아에 창업할 것인지 날마다 사표를 가슴에 품은 직장인들의 괴로움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되었다. 자신이 바라는 '지금의 내모습'이 실제 현실과는 다를 때 아마 이런 고민들이 일어나지 않나 싶다. 작가의 고민은 지금 나의 고민과 맞물려 그가 괴로워하는 방황의 날들의 내용은 엄청난 속도와 깊이로 내게 질문을 던져주었다. 그 질문들의 대한 해답의 끝은 결국 고민의 극대화 되었을 때 자생의 힘으로 '리붓'이 되어버린다고 작가는 말했지만 아직 난 덜 괴로운 까닭인지 '리붓'의 행운은 만나지 못한것 같다. 작가의 고민과 해결의 과정속의 해맑은 아내가 있고 그리고 그 아내의 눈물이 고스란히 남겨져있었다. 나의 고민과 방황속의 가족과 연인의 한숨과 동시에 나에대한 기대치가 감소하거나 어느정도의 실망이 남겨진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것이 자양분이 된 작가가 자발적으로 마인트컨트롤를 했었던것처럼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진 않을까 슬쩍 기대해본다. 책의 내용은 부부가 시골생활에 적응해가는 모습을 그렸지만 전원생활보다 그들의 마음이 그리고 아내가 대상을 타기까지의 과정이 '논픽션'이라는 점에서 더 감동의 크기가 커졌다.  동시에 우리가 무언가를 판단하는 기준, 누군가로 부터 '배움'을 전달할 때 이기적이며 독선적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데생과 기초가 부족하다며 아내에게 수정을 요구하는 남편의 모습을 솔직하게 표현해준 것에 대해 고마운맘이 들었다. 어제 리뷰를 남겼던 마녀의 연쇄독서에서도 아이들에게 상상력이 아닌 정해진 '교육'만을 강요하는 어른들이 달라져야 한다는 부분과 맞닿은 부분이기도 하고 우리가 알게 모르게 창작되어져야 할 많은 부분들을 기존의 틀과 관습으로 묶어두는지도 다시금 깨달았다.

 

만화책을 보고 재밌다, 공감백배! 라는 한줄 찬사에서 끝나지 않고 이토록 오래 생각해보기는 실로 간만이다. 그렇다고 감동과 고뇌만 던지고 위트가 빠진것도 아니다. '돌이'패밀리와 술을 나누는 장면(무릎꿇고 두손으로 술잔을 받는 고양이라!)은 후에도 계속 떠오를 것 같다. 시골집에 있는 개와 고양이들과 함께 나도 그렇게 술을 권하고 어깨춤을 출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기존의 다채로운 컬러와 감각적인 그림체에 익숙해져있었는데 간만에 만화다운 만화를 만난 이 기분으로 난 잠을 자야겠다. 편하고 행복하게! 처음 프롤로그는 불편했으나 다 읽은 지금, 행복하게 무언가를 꿈꾸게 만들어 주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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