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신과의 산책
이지민 외 지음 / 레디셋고 / 2012년 6월
절판

여신과의 산책
젊은 작가들의 단편모음집.
김이설 작가 외에는 전에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었다.
다만 업무상 저자들의 프로필을 꼼꼼하게 봐야할 경우가 많았기에 관심이 가는 작가는 분명있었다.
미리 밝혀두지만 처음 썼던 리뷰는 지워버렸다.
한마디로 이 책별로에요를 650자로 늘어놓았던 것 뿐 리뷰라고 불러 줄 자격이 내 스스로 봐도 없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타이틀이 된 작품 하나 희생시켜보자.
타이틀이 대표가 되는 특권을 받는 동시에 혹평을 몰아받을 의무도 있지 않나 하는 내 스스로의 전제를 깔아두고.
여신과의 산책.
대충 눈치챌테니까 밝혀둔다. 여신은 작품에 등장하는 화자의 이름이다. 좀 더 가보자면 여신과의 '산책'은 문자그대로 '산책'이다. 그 산책이 왜 시작되었는지, 세상에 많고 많은 사람들의 산책을 놔두고 굳이 '여신과의 산책'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보자. 그녀를 만났던 남자들 대부분이 그녀와 함께 있는 동안에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우연으로 인해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어릴 때의 '여신'은 임종을 지킨다는 것의 대한 행위가 가진 가치 혹은 의미를 몰랐다. 그래서 괜찮을수 있었고 겁도 없이 그로 인한 죄의식을 짊어지고 싶다는 어리석은 생각을 갖기도 한다.
그럴 수 있다.
만나는 남자마다 죽어버리는 경우도 있고,
만나는 남자마다 하나같이 사기를 치고 도망가거나 유부남일 수도 있다.
결국 문제는 만나는 이성마다 공통되게 발견되는 '특이점'을 가진 여성에 대한 이야기라고 좀 확대하자면 그리 나쁜 작품만은 아니다. 허나 지나치게 뻔했다는게 문제다. 왜 파혼한 전 남친의 친구가 그녀를 찾아왔느지를 그의 외형묘사에서 알 수 있는데다 어떻게 끝이 날런지도 다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서 인정할 수 밖에 없는게 하나 있는데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만약 독자중에 '여신'처럼 만나는 이성과 공통된 이유로 아픔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이작품은 내게는 별로였지만 '그 독자'에게는 바람난 남편을 둔 아줌마가 만난 점쟁이, 똑같은 상사를 미워하는 신입사원 동기 정도로 묘한 동질감과 위로에 눈물도 나고 웃음도 나면서 자기 위안도 되었을테니 베스트 작품 중 하나가 되었을테니까.
언젠가 서평을 목적으로 읽었다가 뜨끔 했던 연애지침서 책 중에 다음의 의견이 있었다.
똑같은 이유로 헤어지는 여자, 헤어질 때 늘 스스로가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여자.
결국 문제는 이성이 아니라 본인에게 있는 것이다. 라고.
임종을 못지키게 할 까봐 부모님의 건강부터 물어보게 되는 여신. 번복되는 과거가 두려워 아마 나중에는 부모가 다 돌아가신 이성만 찾게될지도 모르겠지만 어설프게 여신더러 그걸 극복해야하는거 아니야! 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
자기속에 자기를 가두는 것은,
그리고 자신을 풀어줄 수 있는 것은 다들 알겠지만 스스로 밖에 없다.
여신과의 산책에서 그녀와 함께 걸었던 사람은 불운의 여신을 행운의 여신이 될 수도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다만, 제3자의 눈으로 보면 결코 그것이 행운의 여신으로 될 수 없다는게 문제다. 여신 스스로가 해결해야 될 문제. 부디 여신이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어쨌거나 여신과의 산책은 별로였던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