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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에버트 - 어둠 속에서 빛을 보다
로저 에버트 지음, 윤철희 옮김 / 연암서가 / 2012년 4월

타인의 인생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을 접할 때는 마음이 여유롭다. 이미 생을 마감한 경우는 조금 아쉬울 때가 많다. 참 매력적인 사람이었는데 하며 마치 생존해있다면 당장 만나러 갈 기세일 때도 가끔 있었다. 로저 에버트의 경우는 생존해 있지만 만나러 가야지 하는 마음은 들지 않는다. 그의 얼굴의 상처때문에라서가 아니다. 내 마음의 남아있는 어둠을 그가 알아차릴 게 부끄러워서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이야기의 흐름은 서사적이지도 주변인물 중심으로만 흐르지도 않는다. 저자가 이야기 하고싶은 대로 맞다. 그 순서다. 때문에 편하게 어떤 페이지부터 읽기를 시작해도 무리가 없다. 영화평론가인 그의 직업 때문에 온통 영화이야기나 영화인의 이야기가 많을 것 같지만 의외로 소소한 웃음을 주는 일상에 대한 기록이 더 많았다. 그의 입에서 전해지는 다소 걱정스럽고 우울한 수술과 관련된 말도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그의 필체는 상당히 매력적이란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같은 '블로거'로서 반가운 면도 상당하다. 1인칭의 입장에서 글을 쓰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다는 말은 블로그에서 객관적이고 제3자의 입장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다소 부담스러운 의견들로부터 안도감을 전달해준다. 그의 독서습관이나 책과 관련된 이야기, 그가 언급한 서트리와 같은 책들을 메모하는 것도 책을 읽으면서 빼놓지 않았다. 개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는 나와 개의 역사를 떠올리게 하고 유년시절을 지나 지금까지 심지어 암투병 이후 장애를 갖게된 얼굴에도 스스로 평가하고 만족스러워 하는 문장을 읽을 대면 나도몰래 거울에 손이 간다.
그리고 한참을 내 얼굴을 바라본다. 이럴 때는 턱을 깍아야겠다는 성형욕구도 잠시 사그라들정도다. 그의 탄탄한 필력과 수많은 수상이력보다 더 부러운 것은 그의 입에서 운명이라고 말할 정도의 아내를 만나 프로포즈 하기 까지의 과정이었던 점도 흐믓하게 했다.
책을 읽기전에 든 생각은 로저 에버트로 부터 위안을 기대했었다. 평론가가 심지어 방송진행까지 했던 그의 말하기,먹기등의 행동장애를 이겨내는 모습으로부터 치사하게 위안을 얻고자 했었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길 수록 그의 위트있는 글솜씨와 참 순수한 성향에 치유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자기개발서나 심리치유서도 이보다 더 유하게 나의 어두움을 거둬주지는 못했었다. 덕분에 나도 조금 빛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착각하며 나의 블로그에 좀 더 주관적이면서도 이웃과 함께 나눌 수 있는 내용의 포스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