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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여행법 - 소설을 사랑하기에 그곳으로 떠나다
함정임 글.사진 / 예담 / 2012년 2월
평점 :
언제나 궁금했던 그들의 여행, 소설가의 여행법
여행과 책은 떼놓을 수 없는 실과 바늘과 같은 사이라고 볼 수 있다. 여행지에서는 누구나 수필가가 되고 소설가가 된다는 착각에 빠질만큼 별생각없이 쓴 한줄의 문장에도 스스로가 마음을 뺏기곤 한다. 문필과 무관한 보통사람들도 그정도인데 소설가의 여행이라니 서명만 봐도 벌써 아찔하다. 무작정 무궁화티켓을 끊고 이 책 한권들고 대전 정도를 왕복하면서 읽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현실이 보인다. 결국 근처 커피숍과 휴식시간을 쪼개 읽었는데 소설가와 여행지별로 챕터가 나뉘어져 이런 방식이 읽기도 나쁘지 않았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여행지는 제임스 조이스의 발을 묶어둔 아일랜드 더블린이다. 대학교 2학년 때 처음 알게된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사람들은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에블린이 더블린이 떠날 수 없게 만들었던 종소리가 들리듯 지금껏 내삶의 미묘한 종소리를 내고 있기에 많지 않은 분량을 참 아껴가며 읽었던 것 같다. 만 하루 동안에 블룸스가 걸으며 만났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걸었을 저자가 이때만큼은 그 어느누구보다 내게는 부러운 사람이 되었다. 더블린 만큼 내마음의 자리를 꽉 잡고 있는 '베를린' 과 소설가 배수아님의 흔적을 쫓은 여행기도 흥미로웠다. 소설만큼이나 조금 독특한 이력이란 생각이 들었다. 독일어 수업을 들으며 작문할 때 미처 다 써내려가지 못했던 이야기를 작품에 쏟아내었다고 하니 아직 읽지 않은 그녀의 작품을 리스트에 적어두었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와 안면이 있는 작가와 그렇지 못한 작가와의 차이가 느껴지는데 배수아님과의 깊지도 얕지도 않은 딱 적정한 온도로 맞춰진 그들의 관계가 괜찮아 보였다.
최근 들어 저자들의 서평을 엮은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직업이 작가가 아닌 이들의 서평과는 사뭇 다른 느낌인데 지나치게 분석적이지도 않고 서평 그자체가 하나의 문학작품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소설가의 흔적을 찾아 가는 저자의 이야기는 줄거리를 거의 드러내 보이는 뻔한 서평이 아니어서 좋았고 여행지의 맛집이나 이미 알려질대로 알려져 마치 여행사 광고지를 읽는 듯한 거부감도 들지 않은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 작품의 배경과 실제 그 작가와의 에피소드를 이야기 하면서도 결국 저자가 직접 느껴본 여행지의 감상과 독자가 누려야할 기대치를 고스란히 이어주는 책, 소설가의 여행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