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 - 그들이 말하지 않는 소비의 진실
마틴 린드스트롬 지음, 박세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누가 내 지갑을 조종하는가. 브랜드마케터이기전에 소비자임을 수차례 강조하는 저자, 마틴 린드스트롬의 신간이다. 기업에서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해 서슴없이 벌이는 첩보작전과 같은 마케팅 비법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책들이 그런 면을 부각시켰다면 이 책은 소비자 이기전에 마케터인 입장에서 평생 브랜드를 소비하지 않고 도시생활, 부유한 삶을 유영할 수 없음을 깨닫게 해준다는 점이 솔직하면서도 씁쓸함을 느끼게 했다.
태어나면서 키즈라인에 목메는 부모들을 욕하면서도 결국 나 역시 내 아이라면 유기농, 최고급이란 단어에 무감각 해질 수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놀라운 사실은 이미 그 아이가 태어나기 이전, 내 뱃속에 있을 때 부터 기업의 마케팅이 시작된다는 점이 었다. 특히 백화점의 익숙한 향기와 음악으로 울던 아이들이 울음을 멈추고 오히려 차분해진다는 연구결과를 읽을 때는 이미 오래전부터 해외문물을 받아오던 자국민들이 과연 해외브랜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지금부터 노력한다고 해도 최소 50년 뒤에는 빛을 볼 수 있다는 암울한 예감에 마음이 어두워졌다. 뿐인가. 완벽하게 자국상품으로 도배를 해놔도 부모세대가 될 우리의 유전적인 소비성향이 남아있는 한 계속되는 해외브랜드의 마케팅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게 되는 것이다. 저자 스스로가 실험대상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어쨌든 탈브랜드 경험에 실패하는 과정을 보면서 공감도 되었고 아, 이젠 어쩔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야말로 내 지갑을 조종하는 존재의 실체와 여부를 명확하게 깨닫게 되었다.
물론 책의 내용이 여기서 끝난다면 저자는 소비자인 측면보다 마케터인 측면에서만 이야기를 적었다고 볼 수 있겠다. 핵심은 중반부를 넘어서면 알 수 있다. 마돈나를 비롯한 스타마케팅을 보면 우리가 절제할 수 있는 부분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즉, 어쩔 수 없이 브랜드 제품을 소비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에서 태어나고 자란 우리지만 반대로 이 사실을 깨닫고 나면 반드시 필요한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도 모르게 쇼핑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음을 받아들이고 불필요한 소비는 줄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모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는 제품을 구매하지 않아도 궁상스럽거나, 따돌림을 당하거나 심지어 무책임한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브랜드해독을 통해 적정의 소비를 하는 스스로를 기업의 유혹마케팅에 지지않은 현명한 소비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사실을 알았다고 해서 나의 지갑이 기업의 조정에서 완벽하게 탈출했다고는 말할 순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나의 사소한 노력이 앞으로 태어날 나의 아이에게 얼마나 중요한 경제습관과 성향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는 알게되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