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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리주의 ㅣ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사상선집
존 스튜어트 밀 지음, 이을상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1년 11월
평점 :
공리가 무엇인가.
친절하게도 공리가 무엇인지 설명해주어 고맙긴 한데, 공리주의가 딱부러지게 이것이다라고 첫줄에 나오는 것은 아니다. 내가 너무 연약한 자세로 공리주의를 대하려고 했나보다. 공리주의는 쾌락과 같지 않으며 공리주의를 비판하는 자들이 쾌락과 같다는 오해를 한다고 한다. 공리가 쾌락인가. 도덕적 선의, 혹은 결과주의적 선의 측면으로 보자면 다수의 이익이 곧 쾌락으로 지칭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만 엄연한 의미에서의 공리는 단순하게 쾌락, 좋은 것은 아니다. 공리가 최대의 행복이라는 점에서 보면 밀의 주장처럼 아직 명확하게 풀어지지 않는 몇가지 점이 있다. 일단 행복이란 것이 그의 말처럼 고통 뿐 아니라 쾌락조차 없는 상태를 뜻하는데 그런 상태를 어떻게 명확한 잣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공리주의자였던 이들이 나이들면서 변해지는 것도 비판자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기도 한다. 쾌락을 멀리하자던 공리주의자들도 나이들면 나태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태가 즉 쾌락이며 그것이 공리주의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역시나 명확한 기준이 없어 반박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내가 더 궁금한 것은 저급 쾌락과 고급 쾌락이다. 쾌락에도 급이 있고 저급쾌락은 더 멸시받는 까닭이 조금 우스워졌다. 어짜피 공리라는 것이 쾌락을 배제한 상태를 칭하는 거라면 그것에 급이 왜 필요하며 더더군다나 저급쾌락이라고 해서 더 비판받을 까닭도 없지않은가. 물론 내가 쾌락에 빠지지 않고 쾌락을 멸시하거나 공리 그자체에 뜻을 둔다면 앞서 가진 의문은 굳이 해결되거나 답을 들어야 할 부분은 아니다. 내게 중요한 것은 어쩌면 내가 권리를 이행할 수 있고 보장받을 수 있는 국가의 국민인지가 중요할 것이다. 개인의 공리가 모여 국가의 공리가 되는 것이고, 개인의 공리가 국가의 공리에 우선시 될 수 없으며 '결과적으로' 최대의 행복이라는 결과론적 성향이 갖는 몇 가지 우려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나 오히려 교과서에서 배울 때보다는 책을 통해 읽고나니 어설프긴 해도 의심이나 비판적인 시선은 사그라드는 느낌이 든다. 내가 또 문학적인 시선으로 읽은 탓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