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에 미친 청춘 - 한국의 색을 찾아서
김유나 지음 / 미다스북스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색에 미친 청춘

 

뉴욕에서 패션디자이너로 살아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천연염색에 미처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문구 때문에 나이가 제법 있는 줄알았다. 적어도 내 또래겠거니 싶었는데 88년생, 한국나이로 계산해도 이제 스물 다섯, 그야말로 청춘이 한창이었다. 중학교 입학 무렵 가족이 캐나다로 이민간 뒤 아버지의 뜻 대신 초등학교 시절부터 구체적이진 않으나 절대적으로 원했던 패션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뉴욕으로 갔다고 했다. 그러다 우연히 천연염색을 주제로 한 웹툰이 계기가 되어 다시 한국에 들어온 그녀. 때문에 천연염색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담을 비롯 본인의 이야기가 가득할 줄알았더니 의외였다. 전국적으로 천연염색을 전문적으로 교육하고, 업으로 삼으신 분들의 인터뷰에 더 가까웠다. 더불어 그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자신의 색을 찾도록 도와주는 자기계발서의 성격도 가진 책이다. 중간중간 색과 관련된 책 이야기와 명언들, 그리고 본인의 생각들이 등장하긴 해도 저자의 사적인 취향이나 천연염색의 전문적인 지식을 원하는 이들이라면 조금 아쉬울 것 같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저그런 자기계발서보다 훨씬 색(?)달라서 좋기도 하다.

 

색(color)의 어원이 감추다는 의미였는지는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나만의 색, 당신의 고유의 색을 찾아라는 말들을 볼 때마다 색이라는 것이 독창적이고 표현하기 위한 수단 정도로만 느껴졌는데 아에 본래의 것에 덮어서 감춘다는 무시무시한 의미까지 있는 줄은 몰랐던 거다. 하지만 그토록 강하고 원대한 의미의 색을 갖추기 위해 우리가 노력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천연염색 교육자 혹은 천연염색에 뜻을 둔 사람들의 공통된 이야기는 한결같았다. 끝없는 배움과 도전. 저자처럼 어린시절 염색을 배운 것도 아니고 자유로운 상황은 더더욱 아니었던 처지에도 그들은 천연염색의 매력에 빠져 열심히 배우기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중간중간 잊혀질세라 저자가 강조하는 청바지를 한벌 만드는데 드는 어마어마한 물과 화햑염료로 인한 자연파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천연염색은 이점이 많은 것 같다. 화학염료보다 채도가 높은 천연염색의 빛. 제주도 감꽃물이나 치자색만을 천연염색의 대표색이라고 여겼는데 책속에 담겨진 다양한 소품을 보면서 넋놓고 읽었던 것 같다.  놀라웠던 북촌한옥마을 뿐아니라 지방 중소도시에도 전통공예및 친환경을 위한 모임과 교육, 그리고 사회제도가 시행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규방공예라고 칭하는 손바느질 작품들도 하나같이 곱고 탐이 났다. 그리고 이웃과 공존하기 위해, 그들과 함께 하기 위해 배움을 멈추지 않는 천연염색 전문가들의 모습은 일에 지쳐 점점 포기하는게 많아지는 현실의 나를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색이 가진 의미를 이야기 해주고, 삶을 대하는 방식을 말해주는 색에 미친 청춘. 겨우 25살인 저자가 벌써 이토록 좋은 이야기와 삶의 자세를 배웠다는 사실이 참 부럽고 예뻐보였다. 솔직히 처음 그녀의 나이를 짐작하고 캐나다에서 뉴욕으로, 그리고 한국으로 건너올 수 있는 어느정도 여유로운 경제적인 능력과 가정환경이 내심 부러웠는데 그녀의 말처럼 도전하느냐 멈추느냐는 오롯이 본인의 몫이다. 무엇보다 무언가에 미쳐서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만큼의 열정이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염색배우러 대구든, 동해든 가보고 싶다 하면서도 어느새 회사 걱정, 가족, 연인과의 관계등이 자릴 자치재 그녀처럼 완벽하게 미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색에 관심있는 사람들 보다 오히려 내가 무엇에 미쳐야 할지, 그 전에 미칠 수 있는 열정이 남아있는지를 확인해보고픈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과연 자신만의 색을 찾아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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