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꽃처럼 - 제2판
원경 지음 / 도반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심곡암의 맑은 향기 그대, 처럼

 

심곡암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조금 부끄러웠다. 서울 도시 한복판에 있다는 심곡암. 분주한 곳에 자리잡았음에도 속세의 어지러움에 얽메이지 않고 오히려 굽어보는 곳, 그곳에서 시집 그대 꽃처럼은 쓰여졌다. 그래서인지 한편 한편의 시가 마음을 흔들거나 어지럽히지 않고 그저 가만 가만 어루만져 주며 이렇게 말하는 듯 하다. 네 마음안에 도가 있고 네 마음안에 평화가 있다고.

 

예술은 종교를 넘어서는 것인지 사람의 마음이 종교와 무관하게 다 같은 마음인지는 잘 모르겠다

 

스님은 차를 참 좋아하시는 듯하다. 한잔의 차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고, 그 한잔의 차를 홀로 드실 때의 적적함도 시안에 그대로 담겨져있다. 그대 꽃처럼의 담겨진 시만큼이나 눈을 머물게 하고 마음을 다독여주던 것은 그림이었다. 시를 읽다말고 어느분의 그림인지가 궁금해져 뒷페이지까지 뒤척여 알아낸 이름은김.영.세 라는 화가였다. 이력을 보아선 국내에 안계신 듯 한데 실린 그림은 하나같이 한국의 고운 정서를 담고 있어 꼭 한번 전시회를 가고 싶다는 생각이 일었다. 그런가 하면 책의 후반부에 실린 수필에는 스님들의 모습이 담겨져 있는데 이는 불교전문 사진가 전제우님의 작품이다.

 

한 권의 책에서 시를 만나고 사진을 만나고 그리고 그림을 만나게 된다. 심곡암이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곳이라는 원경스님의 말씀 그대로다. 도에 대한 깨달음, 심곡암의 소박한 풍경을 담은 시보다 마음에 오래남는 시는 의외로 심곡암 암자를 지켰던 '개' 용목이를 그리는 작품이었다. 용목아! 발보리심 하거라~ 이 한편의 시는 원경스님의 마음그릇이 참 많은 것을 담아두셨음을 다시금 느끼게 했다. 

 

용목아 발보리심 하거라~

하고 교회에 다니는 나조차 한번 더 읖조리게 만들었던 작품이다. 그런가 하면 도종환 시인께서 책의 서두에 언급하셨던 작품들도 본문에서 만날 적 마다 반가웠다. 아, 그 구절이 이 작품에서 나온것이구나 하며 한 번 더 새겨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더 맘에 들었던 시는 왜 빠쪘을까 아쉽기도 하면서 읽어갔다.

 

 

란 나의 불폄함을 감수하고 상대를 편하게 하는 것이라는 말씀에 고개가 주억거려진다. 아, 그래서 난 여지껏 깨우치지 못했구나 웃음이 나면서도 멀리 계신 엄마가 생각나 갑작스레 울컥거리고 했다. 언젠가 언니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교회는 예배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절은 그렇지 않아 마음이 동하면 언제든지 찾을 수 있어 좋다고. 허나 스님은 그조차 마음안에서 찾을 수 있다 하신다. 심곡암을 가봐야지 했던 내마음이 와르르 무너지는데 어찌 이조차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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