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인생
제이시 두가드 지음, 이영아 옮김 / 문학사상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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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통해 처음 알게된 제이시 두가드. 그녀의 이야기는 책을 펼쳐보지 않아도 인터넷 기사검색만 해도 대략의 내용을 파악할 만큼 그녀와 관련된 사건은 엽기적이라는 말로 표현이 부족할 만큼 끔찍한 사건이었다. 이 책을 읽기전에 솔직히 살아서 탈출했으니 그것만이라도 감사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아주 잠깐 들었었다. 영영 재회할 수 없는 죽음이나 혹은 다른 이유로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와 그 아이들에 비하면 그렇다는 거였는데 감히 내가 그런생각을 했다는 것이 책을 읽는 내내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을 수 없었다. 타이틀 처럼 그녀의 인생은 그녀의 10대 20대 시절은 완벽하게 도둑맞은 것이다. 도둑맞았다는 의미는 어찌보면 기억이 나지 않는 것과는 전혀 별개인 것이 인터넷 뉴스를 통해 알수도 있는 그녀의 사건을 굳이 그녀가 직접 쓴 소설형식을 취한 책을 통해 읽어야 만 하는 까닭과 같다. 그녀는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으며 분명히 그 사건은 완벽하게 끝난 것이 아니라 적어도 그녀가 살아가는 동안 계속 그녀주변에 맴도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녀가 용기를 내어 차라리 그 고통과 같은 일들을 기록으로 남겨두는 것에 박수를 쳐주고 싶어졌다. 글자에서 문장으로 그리고 그 문장이 하루하루로 이어졌음을 눈으로 읽을 때마다 먼 이국 땅의 나조차 이토록 괴로울 지경인데 그녀의 가족들은 그녀 못지 않은 용기가 필요했을테니 말이다.

 

얼마전에 유사사건의 피해자도 책을 냈지만 이상하게 같은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책을 읽어보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 괴로운 제이시의 책을 읽게 만든 까닭이 무엇일까 나름 생각해보았다. 어른들의 말처럼 이제 더 강하고 쎈 기사가 아니면 반응하지 않는 내 감각의 탓만은 아닐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건이후 피해자들이 해쳐 가야할 상황이 조금은 달라서였지 않을까 싶다. 한 쪽은 성적으로 문제가 있는 남자와 그의 아내에게 동시에 감금을 당했고 심지어 남자의 아이를 낳음으로써 용서 아닌 용서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반면 또 다른 사건의 피해자였던 그녀의 범인은 체포되기 전 자살했으며 모든 사실을 오직 그녀만이 안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어찌보면 똑같이 도둑맞았을 수도 있겠지만 범인을 미워할 수만도 용서하지 않고 살아갈 수도 없는 까닭에 그녀를 더 응원해주고 싶었을 거다. 좀 더 힘이 필요한 그녀이기에.

 

제이시의 시선으로 쓰여진 책 도둑맞은 인생. 실제 사건의 심각성과 범인의 정신병력등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사건은 존재했었다는 것. 그리고 그 사건이 해결이란 표현이 우습긴 해도 어찌되었든 그렇게 되기까지 18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는 점에서 제이시가 강조하듯 이웃의 관심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웃의 관심이 타인의 사생활 침해가 되지 않는 그 선, 그 선을 잘 조율해가며 내 이웃의 아픔을 알아차릴 수 있는 그리고 손내밀어 줄 수 있는 마음의 변화, 그 마음의 변화를 원했던거라면 그녀의 용기는 분명 큰 가치가 있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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