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아이에게 배운다 - 부모와 아이가 모두 행복한 엄마 성장 에세이
김혜형 글 그림 / 걷는나무 / 2011년 10월
품절


소설이나 드라마, 혹은 영화속에서 의젓하게 철없는 부모를 챙겨주는 아이의 모습은 언제봐도 대견스럽고 기특하다. 때로 지나치게 눈치를 보는 듯한 모습에는 또래의 어리숙함과 천진함을 상실한 것 같아 불편한 맘이 들때도 있지만 그래도 아픈 엄마를 위해 죽을 끓여보겠다고 생쌀을 물에 넣고 휘적거리는 모습을 볼 때면 나도 그런 아이가 있었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우리가 태어날 때 부모를 선택할 수 없는 것처럼 부모역시 아이를 선택할 수 없기에 한참 귀여울 때는 이내 잊고 미운 일곱살 이라는 둥,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을 자주 꺼내는 엄마들을 자주 만난다. 하지만 그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엄마는 아이에게 배운다는 사실을.



책, 엄마는 아이에게 배운다는 출판업계에서 오랜 기간 몸담고 있는 김혜영씨의 엄마 성장 에세이다. 육아 에세이라고 명명하지 않고 엄마 성장 에세이라고 이름붙인 것만 봐도 벌써 한 수 배워가는 기분이다. 책을 막상 받아보기 전까지는 이미 귀한 아이를 기르거나 다가올 겨울 엄마가 되는 친구들과 만나서 유연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사전정보를 얻기 위한 마음이 컸었다. 하지만 읽다보니 아이의 천진함이 늘 그렇듯 못난 어른, 이미 때가 많이 묻은 나이든 나에게 언성 한번 높이지 않고 일깨워주고 있었다. 어찌보면 억지인 것도 같은 아이와의 수수께기는 웃음이 나면서도 지나치게 복잡하게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깨닫게 한다. 싸움을 거는 친구의 도전에 응하기 보다는 자신을 때릴 이유가 없으니 그저 맞고만 있겠다며 상대의 맘을 상하지 않고 그만두게 만드는 현명한 아이의 모습에서는 거절이라는 것이 무조건 직설적이고 상대의 맘을 얹짢게 만드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오해를 풀리게 해줬다. 아이가 크기 싫은 이유가 뭘까? 만약 내게 넌 왜 어른이 되기 싫으냐고 물었다면 일단 돈벌기가 싫어서라고 말했을 것 같다. 하지만 아이는 말한다. 자기가 자꾸 자라 나이가 들면 할머니, 외할머니가 돌아가시게 되고, 엄마도 할머니가 되기 때문이라고. 나의 불편함 때문에 나이먹기 싫은게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이별과 그들이 마주하게 될 불편함을 생각하는 그 마음씨가 그 어떤 성인보다 바르고 곱다. 물론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이런저런 이치를 따지며 그렇게 말했을리 없겠지만 왜 자꾸 아이의 일기에, 엄마의 에세이에 자꾸만 뜨끔거리는 걸까.



책의 내용도 내용지만 레이아웃이나 함께 실린 사진, 일러스트 등도 아기자기 하니 마음에 든다. 마치 한 권의 어른을 위한 동화나 우화집을 읽는 듯한 느낌이 처음 부터 끝까지 지속되었다. 뿐인가. 홈스쿨링에 대한 정보와 미리 경험한 선배 엄마의 조언도 함께 들을 수 있어 좋다. 하지만 아이가 없는 미혼들에게 이 책은 타이틀 때문에 다소 겁이 날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난 아직 아이도 없고, 자녀 계획을 세우기에도 너무 먼 이야기라 지나치지 말고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딱 10페이지만 읽어봐줬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당신도 이렇게 말하게 될 것 같다.

"아이야, 가르쳐 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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