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의 계보학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홍성광 옮김 / 연암서가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니체의 책을 접하게 된 것은 스무살 때 였다. 대학생도 되었으니 철학자와 그의 저술서도 궁금해졌고 무엇보다 입학 이전 1월에 읽었던 독일문학가의 여행서를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니체를 비롯하여 전혜린 작가 등 독일과 관련된 문학, 철학의 키워드를 뇌리에 새겨두었기 때문이다. 우선 지나치게 어려울 것 같은 니체의 저서보다 전혜린씨의 에세이를 읽고 에세이의 서명이나 중간중간 등장하는 니체의 이론을 접하다가 본격적으로 '우상의 황혼' 그리고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2권을 읽었다.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때 읽었던 2권의 내용이 지금까지 남아있지는 않다. 솔직히 지나치게 난해했고 허세에 의한 독서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무렵 S대 미학과에서 '우상의 황혼'을 필독서라고 말했던 지인의 영향이 컸었으리라.
 

그렇듯 20대에 어설프게 만났던 니체는 어렵고 말고를 떠나 그저 이름만 아는 철학자로 내곁에 남아있다. 그리고 서른이 넘은 지금 니체의 후기 철학서에 해당하는 '도덕의 계보학'을 만나게된 것이다. 도덕의 계보학은 이전에 출판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와 우상의 황혼에 비해 좀 더 종합적으로 논리적인 의견을 제시한 책에 해당한다고 설명하지만 내게 있어 그 어떤 책보다 유머러스한 책이라는 느낌을 줄곧 가져다 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니체 스스로가 서문에 다음과 같이 밝혔다.

 

p.22 다른 경우에는 잠언 형식이 이해를 어렵게 한다. 그 이유는 오늘날 사람들이 그 형식을 제대로 진중하게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올바로 새겨지고 표현된 잠언은 읽는다고 해서 아직 '해독된' 것이 아니다.

 

제1논문에서는 '선과 악', '좋음과 나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직 되새김질을 미처 하지 못했기에 평을 떠나 대략적으로 정리되거나 혹은 공감했던 부분을 정리하자면, 도덕이라는 것이 어떤 정확한 잣대에 이해 판가름 된다는 가정 하에 도덕적 가치를 비판하는 일이 필요하게 된다. 니체 이전에 이에 관한 지식이 없었고 이런 지식을 사람들이 가지려고 한 적도 없었기에 니체는 이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게 된 것이다. 제2논문에서는 '죄', '양심의 가책' 그리고 이와 유사한 것 제3논문에서는 금욕적 이상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담고 있다. 우선 '선과 악','좋음과 나쁨'의 경우는 로마인들과 유대인들의 전쟁을 예로 들었다. 그들 중 누가 선이고 악이라고 판단 할 수는 없다. 다만 로마인들이 반유대적인 것에 대한 행위에 대한 비판은 필요해진다. 이런 비판에 쟁점에 서있는 사람이 프랑스의 나폴레옹-위버맨쉬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이 죄를 짓고 그로인해 양심의 가책 즉, 병을 갖게 되는 것에 시작은 어떤 대상을 비롯한 제 3자로 부터 취하게 되는 책임이 시작이 된다. 자신의 행위를 책임질 수 없거나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 우리는 고통을 느끼게 되고 그 고통을 자신의 죄라고 느껴야 한다고 니체는 말한다. 그렇다면 금욕적 이상이라는 것은 또 무엇인가. '우리가 차츰 알게 되겠지만 예술가의 경우에는 그것은 전혀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 p.141' 라고 말한다. 혹은 전혀 아무것도 아니라 할정도로 많은 것을 의미한다고 말하는데 니체의 이런 이중적인 해석은 처음부터 줄곧 표현하는 방식이 된다. 어떤 대상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라고 표현했다가도 뒷이어 바로 이해할 필요성이 없다라고 말하니 책을 읽으면서 이것이 진정한 니체의 표현이었는지 번역에 의한 작용인지를 가늠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결국 재미있게 도덕의 계보학을 읽고 기억에 남을 만한 경구를 메모해두어도 여전히 니체가 무슨말을 하는지, 니체가 어떤 사람인지를 깔끔하면서도 정어느정도 정확하게 이해했다고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되새김질을 하면 가능해질 것인지는 의문스럽긴 하지만 아직 그렇게 하지 못한 지금 이를 두고 두려워할 까닭은 없다고 본다. 더불어 이에 대한 양심의 가책은 느끼지 않아도 될 것 같다.

 

p.209

'이 모든 것의 진정한 의미는 너무나 자주 자기 자신의 무언가를 더 이상 보이지 않게 하는 데에 있지 않은가! 자기 마비의 수단으로서의 학문, 여러분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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