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러스킨의 드로잉
존 러스킨 지음, 전용희 옮김 / 오브제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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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을 책으로 배울 수 있을까에 대한 해답, 존 러스킨의 드로잉




드로잉에 관련된 책은 이전에도 간간히 출간되었지만 개인 홈페이지를 비롯하여 블로그와 SNS가 활발해지면서 정말 많은 관련 책들이 출간되었다. 몇몇 책들은 대놓고 따라그리기만 하면 되는 창의성 제로일지는 몰라도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기도 하고 어떤 책들은 드로잉에 대한 부담감과 쉽게 배우지 못할 거라는 담을 허물게 해주기도 했다. 그런 경우 읽다보면 내가 정말 잘 그릴 수 있을거야 라는 희망에 무작정 화방으로 가서 관련 재료를 사모으게 만들었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을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드로잉은 끊임없는 자기인내에서 가능해진다는 것 말이다.


p.17
드로잉에 대한 모든 질문에 대한 해답은 단 하나, 즉 인내심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그리고 최고의 드로잉 스승은 바로 문 밖의 나무와 언덕이라는 것도.





서문에 밝힌 작가의 말이 정말 모든 것에 해답이다. 미리 책을 읽은 사람으로 앞으로 읽은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일단 읽어나봐야지 라는 생각보다는 당장 시작은 해야하는데 화실 수강료가 부족하다거나 깊은 밤이나 이른 새벽에만 여유가 있어서 도저히 화실에 나갈 수 없어 조바심이 나는 상태에서 읽을 때 이책의 진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연필, 잉크와 펜 그리고 종이만 있으면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드로잉 수업을 바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재미있게. 저자는 드로잉 방법을 알려주면서 간간히 독자가 지루해 할 것을 자주 걱정하는데 그것은 저자가 말하는 드로잉의 핵심은 사물을 정확하게 관찰하는 것이 드로잉의 기본이기 때문에 자칫 지루하거나 힘들어서 나누어 그리려고 한다던지 일단 대충 그려본다는 식의 방식을 지양하기 때문이다. 일단 그리자고 마음 먹었으면 충분히 피사체를 관찰하고 더디더라도 한 번에 제대로 그려야 하기 때문에 그 과정이 지루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인내가 모든 드로잉에 대한 질문의 해답이라고 했었던 건가 하겠지만 그건 아니다. 드로잉 자체는 인내심일지 모르지만 이 책을 통해 드로잉을 배우는 과정은 오히려 재미있다. 마치 소송에 걸린 사람처럼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리라는 말도 그러하며 초보자들이 어느정도 실력이 늘었을 때 하는 빈번한 실수, 자기능력을 과대평가 하고 고난위도의 작법을 해보는 것에 대한 충고를 적시에 해놓았기 때문이다.

1장과 2장에서는 기본기 없이 색을 이용하는 것에 주의를 주고 차분히 연필을 통해 대상을 관찰하고 옮겨오는 과정을 설명했다면 제 3장 색과구성에서는 드디어 채색의 방법을 알려준다. 내가 가장 중점적으로 보았던 부분이 바로 3장이었다. 솔직히 드로잉을 전혀 배우지 않았던게 아니었다. 미친듯이 그렸던 시절도 아주 짧았지만 지난 날의 내 삶에 존재했었다. 퇴근하고 들어와 연필을 붙잡고 4절지도 아닌 전지에 빈칸을 모두 회색의 명암으로 채워가던 때를 생각하면 그 고비를 넘기지 못해 포기했던것이 지금까지 후회되기에 다시금 존 러스킨을 통해 제대로 배우려는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방법보다는 마음가짐을 배우길 원했고 나와 같은 이유로 드로잉을 포기했던 이들이라면 미리 말하지만 이 책을 선택한 것을 정말 잘한 선택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3장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색을 사랑하는 것이며 지나치게 형태에 집착해서는 안된다는 경고이다.


p.186
색을 사용해 좀 더 화려한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색 자체를 진심으로 사랑해 그것을 사용한다면 훌륭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살면서 드로잉에 대한 어려움보다 날 두렵게 했던 것은 색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이었다. 옷을 비롯하여 실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는 데에 있어 보는 감각이 떨어진다기 보다는 '창조'에 있어서의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하다못해 블로그의 스킨이나 일러스트를 마치고 나서 색을 입혔을 때 지인들은 말한다. '넌 정말 색이 아쉽다.'라고. 그것이 색을 많이 접하지가 않아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아서였다는 것을, 이 단순한 진실을 이제서야 깨닫다니!

1,2,3장에서 구체적으로 드로잉의 방법을 설명하고 서문과 장과 장사이에 남겨준 충고 그리고 마지막 부록까지 가급적이면 책의 내용을 말하기 보다는 이책이 내게 있어 혹은 나와 같은 이유로 드로잉을 배우려 한다던가 배우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혀서 리뷰를 적었다. 하지만 나의 결론도 역시 단 하나다. 드로잉을 잘 하고 싶다면 드로잉 자체를 사랑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진실로 사랑할 때 우리는 영원히라는 말을 붙인다. 그말은 역시나 인내라고 본다. 중간중간 힘겹더라도, 색을 칠하고 싶어 미칠 것 같더라도 저자를 믿어보자. 그는 100% 확신으로 우리에게 말해준다. 정말 그리지 못할 만큼의 실력을 가진 사람을 만난 적도 없고 자신이 말한대로만 따라해도 충분히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을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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