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유연하면 풀린다 - 당신의 관계에는 굳어진 패턴이 있다
클로에 마다네스 지음, 나혜목 옮김 / 비전과리더십 / 2011년 3월
절판


한 권의 책을 읽기 전 과 후 모두 타이틀에 영향력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서명이 주는 기대감과 상이해서 오는 허탈감으로 인해 재미있게 읽어놓고도 평가가 떨어지기도 하고 내용자체는 별게 아니지만 기대했던 바를 충실히 담아냈을 경우에는 다시금 책을 펴고 싶은 미련을 남기기 마련이다. 책, 관계 유연하면 풀린다는 후자에 가까운 책이다. 유연하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초점을 두고 읽는다면 분명 기대에 부응하는 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저자 클로에 마다네스는 현역에서 활동했던 사례와 상담자들의 이야기를 근거로 하여 관계에 대해 크게 2개의 파트로 나뉘어 설명해주고 있다. 첫번째 파트 관계, 엉켜 있는가? 에서는 관계라는 것이 어떻게 형성되고 엉켜있다면 그런 문제가 왜 발생하게 되는지의 원인을 밝혀주고 있다. 이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가정을 포함한 수 많은 관계속에서 느끼는 부담감과 두려움 그리고 불편함이 어디에서 오고 있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이부분에서 좀 더 집중하게 되는 것은 관계의 근본 목적이 '욕구'에서 온다는 사실과 근래 들어 비슷한 서적에서 줄기차게 강조하는 스스로가 만든 편견이 불러들이는 불행, 그리고 세모와 동그라미를 통해 알아본 서열관계 등이었다. 모든 내용이 앞에 내용을 부연설명하듯 이어지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관심이 가는 파트보다는 처음부터 차례로 읽는 것이 더 관계를 이해하는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앞서 언급했던 관계의 목적이 6가지의 욕구에서 비롯된다는 사실만 깨달아도 문제를 일으키는 상대와 관계를 회복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폴과 젠의 사례를 통해 나 역시 누군가와 문제를 일으킬 때 단순히 '좋은게 좋은거다'라는 덮어버리는 방식이 결코 해결이 아닌 오히려 관계를 엉키게 만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상대의 욕구를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가 바라는 욕구를 상대에게 제대로 전달만 했어도 언어폭력의 대부분은 줄어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아니라 상대의 생각과 욕구와는 별개로 옳지도 않은 이야기에 스스로 믿음과 근거를 덧붙여가며 만들어낸 편견으로 내 자신도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을 만큼 놀라웠다.

첫번째 파트에서 편견에 대한 수정과 관계의 구성요소를 알고 나면 두번째 파트 얽힌 관계, 풀어보자에서는 이제 진정한 내면과 만나고 엉킨 관계를 극복하기 위한 단계연습에 들어간다. 상담자 리사의 사례는 특히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계 여성들이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나의 유년시절만 떠올려봐도 울기부터 하는 아이는 오히려 상대를 지치게 하고 나약한 아이로 낙인찍힐 것이 두려워 강한 척 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런 강한 모습이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었다고 착각하며 살아왔던 것이다. 지나치게 감정에 솔직할 필요는 없겠지만 자신의 감정을 속이는 것이 상대로 하여금 오해를 낳게 하고 그 오해속에 살아가야 하는 스스로를 만들어버리는 악순환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관계의 장애를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해 7단계로 설명하는데 이 부분이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강점이다. 상대를 고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잘못된 편견과 사고를 바로 잡는 것이 가장 큰 핵심인 것이다. 관계를 해결하려 할 때 우리는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놓은 다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듯 말한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당신도 나를 위해 잘못된 부분을 고쳐주길 강요하기에 애써 만든 자리를 불편하게 끝마치게 된 것이다. 내가 고치게 되고 상대의 욕구를 들어주려는 자세가 되면 관계의 불편함은 해소될 수 밖에 없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처럼 세상에 어느 누구도 불편한 관계를 지속시키고 싶어하진 않는다.

책의 분량은 상당히 두껍다. 표지에서 체구가 작은 여자아이가 제 몸집에 몇 배가 큰 코끼리를 어루만지듯 우리는 그렇게 커다란 관계라는 문제를 헤아리고 어루만지듯 읽어가야 한다. 때문에 당장의 시급한 문제를 가지고 마치 사전을 뒤적거리듯 해답을 원하는 이들에게 이책은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고 답답해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제대로 읽지 않으면 '뭐야, 결국 문제는 내가 일으켰다는건가.'하며 오인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에는 에필로그와 부록부터 읽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에필로그와 부록만 읽어도 책을 찬찬히 여유롭게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고 딱 맞는 해답은 아닐지라도 어느정도 완화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은 가지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례가 다소 가정문제에 치우쳐 아쉽기는 하지만 관계를 유연하게 만드는 방법은 제대로 알게 된 것 같다. 얼마나 실천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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