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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의 권유
이중재 지음 / 토네이도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배우고 싶거나 배워야 할 것들이 많은 오프라인 강의에 비해 비교적 시간관리가 자유로운 온라인 강좌가 인기있다 싶더니 요즘은 너나 할 것 없이 독학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선 독학이란 것에 명확한 기준이 무엇일까. 오프라인 강좌를 듣지 않고 집에서 온라인 동영상을 보는 것 까지는 독학일까? 아님 타인의 강의를 들었으니 독학이 아니게 되는것인가? 참고도서를 구매해서 공부하는 것 까지가 독학인가? 사전적의미의 독학의 의미는 [명사] 스승이 없이, 또는 학교에 다니지 아니하고 혼자서 공부함(네이버 사전 참조)을 말한다. 내 판단에는 오프라인 수업을 제외한 모든 것이 독학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하지만 방송통신대의 경우는 어쨌든 스승도 계시고 오프라인 수업은 아니지만 어쨌든 학생증도 발급되고 등록금도 납부하니 엄연한 의미에서 독학은 아닌 것이다. 독학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장황하게 떠들게 되는 것은 책, 독학의 권유에 대해 내가 기대했던 바를 조금도 얻어내지 못했기에 나의 기대가 잘못된 것이었는지를 자문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바는 틀리지 않았고 그렇다면 나는 '독학의 권유'를 통해 얻은게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알파벳도 모르는 전직운동선수. 4년만에 사법고시 패스. 법무사 시험은 수석으로 합격. 저자 이중재가 독학을 통해 이뤄놓은 것이다. 놀랍고 대단하고 박수쳐주고 싶은 이력이다. 대부분의 고시생들이 동강을 제외하고는 고시촌에 앉아 '독학'하는 것은 알지만 어찌되었던 이전에 그가 쌓아놓은 베이스가 다른 이들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다는 점을 두고 본다면 그는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분명 승자임에 틀림없다. 이런 그가 독학의 권유라는 책이 아니라 수기에 가까운 성공담을 위주로 글을 썼다면 더 감동했을 것이고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그래 나도 더 열심히 공부하자라는 생각을 갖게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장까지 나는 저자에게 실망하고 왜 하필 그가 '독학'을 책의 타이틀과 주제로 삼았는지 의아했다. 권유를 하기 위해서는 방법론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에는 자신만의 방법만 가득하다. 그는 교육자도 아니고 공교육을 포함 사교육등에 길들여진 일반적인 사람들의 오랜 습관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이 그런 상황이 아니었음을 불리한 조건이었다는 것만 강조할 뿐 반대로 길들여져 있던 보통 독자에게 공감할 만한 방법은 제시해주고 있지 못하다. 그나마 공감할 수 있거나 도움이 될 만한 방법 또한 이미 이전에 자신들의 입을 통한 책이나 강연을 통해 익히 들어온 이야기 뿐이었다. 뿐인가. 몇가지 그가 제안했던 방법에서는 공감은 커녕 저자가 일반적인 직장인들의 일과를 전혀 모르고 있는게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시간활용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직장에서 밥먹으면서 같은 뜻을 가진 이와 함께 대화를 나누듯 공부법을 나누고 자신이 공부했던 내용을 반복적으로 상기시킨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퇴근해서 집에 올 경우 혼자사는 사람들은 벽보고 대화를 하면서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소리내어 중얼거리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된다. 저자가 아침형보다 올빼미형에 가까워 시간관리를 변경한 것처럼 직장인들도 억지스레 아침형이 되는것이지 결코 되고 싶어 되는경우는 드물다. 7시에는 일어나서 출근을 해야 월급을 받을 수 있고 독학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시하는 방법을 가지고 조목조목 반박하다 보니 책을 읽고 있는 것인지 저자의 성공에 대해 투기하고 비난하는 못난 인간이 되어가는건 아닌지 솔직히 내 자신이 안쓰러웠다.
질투일지도 모르겠다. 회사를 다니지 않으면서 공부했던 그에게, 그를 믿고 따라준 가족들에게, 어찌되었든 4년만에 사법고시를 패스하며 스스로와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둔 그가 너무 부럽고 대학을 졸업하고 몇년 째 독학사 시험에 응시하고자 하면서도 때마다 이런저런 사유로 혹은 핑계를 대며 하지 못했던 내 자신을 책망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책에서 배운게 있다면 아마도 그것일 것이다. 나의 이런 다소 감정적인 비평아닌 부정적인 시선이 역시나 내가 저자가 강조하는 자신을 이겨내지 못하고, 환경만 탓하면서 절실한 목표를 향하지 못하고 있음을 깨닫게 만들어 준 것, 내가 독학의 권유를 읽고 배운것은 독학의 대한 방법론이나 학구열이 아닌 바로 그것이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