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 이해인 산문집
이해인 지음, 황규백 그림 / 샘터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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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님의 글을 처음 접한 것은 대학교 1학년 강의 빼먹고 도서관에 들러 시집을 무작정 꺼내 읽었을 때다. 그때는 공감보다는 참 세상을 곱고 아름답게 바라보는 수녀님이 글도 잘 쓰시는구나 정도였는데 오늘 새벽, 새벽에 주는 마법과 어느 정도 나이듦에 얻어지는 타인을 바라보는 너그러운 시선 때문인지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그 넘기는 장이 아깝고, 남겨진 적은 페이지가 아쉬웠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해인 수녀님이, 나이 서른이 넘은 이 시점에서야 내 마음속에 들어온 것이 왜 이리 슬픈걸까.

 

책은 총 6장으로 나뉘어져 일상에서 느껴지는 소소함과 길가에서 마주치는 소중한 인연들에 대한 이야기, 친구에 대한 이야기, 묵상, 먼저간 이들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기도문등으로 이뤄져있었다. 먼저 가신 지인들에 대한 애틋함은 그들을 만난 적 없는 내게도 눈시울이 붉어질 만큼 절절하게 와닿아 곁에 계시다면 버릇없게 내가 수녀님의 어깨를 토닥토닥 해드리고 싶어질 정도다. 그런 여린 수녀님이 친구에게 써내려간 글들은 또 왜그리 아이같고 순수한지 그런 마음을 보일 친구가 있다는 것도 부럽고 그런 수녀님을 친구로 둔 친구분들 또한 부러워졌다. 한편으로는 내곁에 있는 좋은 친구들을 두고 부러워하는 것이 미안해지기도 했다. 결국 누군가의 '친구'로 태어나거나 '친구'가 되어준 이들에 대한 고마움으로 페이지를 넘길 적마다 감사함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던 것 같다.

 

수녀님이 좋아하는 시구와 명언들이 가득한 책안에서 노니는 순간만큼 난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거듭 말하게 된다. 이런 책을 알게 해주신것도, 알게해주신 것에 그치지 않고 감동하며 공감하며 마지막 까지 차분하게 읽을 수 있도록 귀한 시간을 할애해주신 것도, 무엇보다 타인의 도움없이 제스스로 읽어나갈 수 있는 건강함을 허락하신 것 모두가 감사할일이기에 행복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을 읽는 누구라도 수녀님께 또박 또박 한 글자씩 편지 보내고 싶지 않은이가 읽을까. 뿐인가. 수녀님께도 한 장, 벗에게도 한장, 그리고 살아계셔주어 감사한 엄마에게도 한 장, 그리고 이런 행복을 누리고 있는 참 부러운 내 자신에게도 한장 띄어보내고 싶은 그런 순간을 선사한 책, 꽃이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를 많은 이가 읽어주길, 그래서 수녀님의 바람대로 세상이 조금 더 따사롭고 행복해지길....

 

책에 담긴 시, 혹은 인용글을 덧붙일까 하다 이내 그만두었다.

어디 한 두 편으로 고를 수가 있을까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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