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빅터 - 17년 동안 바보로 살았던 멘사 회장의 이야기
호아킴 데 포사다.레이먼드 조 지음, 박형동 그림 / 한국경제신문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마시멜로우. 재밌게 읽었지만 그닥 크게 와닿지 않았던 책이라 이 책, 바보 빅터 역시 읽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야말로 새벽에 잠이 안와 뒤척거리는데 옆에 놓여있길래 읽게 된 것이 아에 자리에서 일어나 앉게 만들었다. 내게도 바보 빅터의 모습과 콤플렉스가 가득한 로라가 있었던 모양이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자신을 믿지 않는 혹은 믿을 수 없는 환경에서 놓여있을 경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와도 좀처럼 그 기회를 잡을 수 없게 된다는 것. 일단은 의심없이 실패도 받아들이며 자신을 믿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근데 어디 그게 쉬운가. 더군다나 타인에 대한 평가를 서슴없이 하는 비이성적인 사람들이 한 두명씩 혹은 그이상 존재하는 대부분의 사회에서 이를 무시하고 자기단련에만 몰입할 수 있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닐거라 생각한다. 레이첼 선생님의 경우처럼 '사건'을 경험해서 스스로가 깨닫기 전까지는 쉽지 않다. 로라도 빅터도 깨닫는 듯 싶다가도 너무 오랜 시간 자신을 억압해온 타인의 평가와 시선앞에 쉽사리 무너지는 모습은 비단 그들만의 모습은 아니다. 정말 바보 같고 한심스럽겠지만 멀리 떨어져 바라보면 크게 다르지 않은 우리들의 과거와 현재 혹은 미래의 모습으로 보인다.



이따금 아직 프로가 되기 이전에 사람들의 능력 혹은 결과물들을 평가하는 위치에 놓인다거나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그래서 더더욱 신중하게 된다. 무엇보다 그럴만한 자격이 내게 있는지 부터 꼼꼼하게 따지게 되는데 때로는 그런 절차를 완전히 무시하고 감정에 치우쳐 평가할 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시절 내가 혹평했던 그들과 그들의 작품들은 지금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반대로 내게 무슨 자신감으로 그같은 혹평을 했는지 알 수 없는 그들도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솔직히 이따금 궁금하다. 아직 명성이란게 생겼다거나 그런 위치에 오른 것 같진 않지만 그렇다고 위로가 되진 않는다. 그저, 좀 더 신중하게 평가해주었더라면 좋았지 않을까 하는 씁쓸함이 남는 것이다.

 

바보 빅터는 자신의 능력을 믿고, 섣불리 내뱉는 타인의 독설에 지나치게 흔들리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내가 느낀 건 '평가' 에 너무 익숙해져버린 지금의 사회가 걱정되었다. TV를 켜도 카페를 들어가도 요즘은 여기저기 '평가'가 난무한다. 그 평가로 인해 행복해지는 사람도 있지만 불행하게도 아에 행복은 커녕 미래가 달라질만한 일들도 벌어지는 것이 속상하다. 바보빅터에게는 진짜 아이큐 173이란 것이 있었고, 로라에게는 자신을 못난이로 부르게 된 계기와 자신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진실된 사랑이 있었지만 그 조차 가지지 못한 이들에게 있어 평가는 도대체 어떻게 보상되어야 할 것인지 러시아 무용가의 말처럼 누군가의 평가에 의해 제 꿈을 접는 나약한 인간은 성공할 자격이 없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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