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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희의 방 ㅣ 푸른도서관 41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방이 우리에게 있어 전하는 의미는 지나치게 포괄적이거나 세속적이다. 형제 많은 가정에서 자란 아이에게 '방'은 다른 형제와 경쟁하지 않아도 되며 경제적인 문제서 비롯된 가정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내가 아닌 부모로부터 극복되어야 할 부분인 것이다. 여러개의 방을 소유한 누군가에게 방은 '분류'다. 옷방, 서재, 침실등 자신의 삶을 깔끔하게 분류시켜 놓은 장소가 방이된다. 이런것이 세속적 의미라면 포괄적으로 혹은 지나치게 이상적인 방의 개념을 살펴보면 그것은 '사유의 장소', '휴식'등의 추가적인 의미를 덧붙인 '나만의 공간'즉, 마음이 된다. 내 마음속에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것처럼 현실에서 존재하는 방역시 그와 같은 '분리적 상태'가 유지될 때 우리는 내 방을 가지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윤소희, 정소희. 둘 모두 그녀의 이름이다. 갓난아기 시절, 사고로 죽은 아버지는 그녀에게 아빠의 자리도 엄마의 자리도 없이 그저 '할머니'의 존재만 부각시켜 놓았다. 때문에 할머니가 죽은 뒤 작은 집으로 거처를 옮기면서 그렇잖아도 작은 방이 아에 사라지고 만다. 친척동생들과 함께 사용해야 하며 때때로 작은엄마의 심부름으로 미용실과 집안살림을 도와야 하는 그녀에게 이미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인 '방'이란건 재생의 희망이 없어지고 만다. 때문에 그녀는 오래도록 알고지내온 달밭마을 친구들과 연락을 끊는다. 방의 존재가 주변인물들과의 단절에까지 이르게 된것이다. 흔히말하는 '부자'인 친엄마가 소희를 데려가게 되었을 때 그녀에게는 방이 마련된다. 서류상 언니인 리나가 썼던 방이긴 해도 나름 그녀에게는 방이 마련되고 그녀의 사고와 친구관계의 회복도 함께 이뤄진다. 하지만 휴대폰사용이 정지된 것처럼 서로의 교류와 유대감이 정지된 상태로의 모녀상봉은 이복동생의 심술로 인해 계속 어긋나기만 한다. 그동안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소희 얼굴에 씌여인 '모범생'가면은 슬슬 벗겨지게 된다. 부모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일탈이고 문제아가 되는 과정일테지만 정작 소희의 입장에서는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일시적인 과정에 불구하다. 그 과정속에서 그녀의 속마음을 이해해주고 대화를 나눠주는 '디졸브'의 역할은 상당하다. 책에서는 그저 좋은 친구관계로 끝이 났지만 소희가 성인이 되면 그녀의 가면을 벗겨준 디졸브와의 인연은 더 깊어질 거라 생각된다.
책 속에는 소희엄마가 겪는 가정폭력, 그로인한 남편의 딸 '리나'와의 불편한 관계등이 그려지고 있지만 그것은 소희엄마가 소희를 그동안 데려올 수 없었던 이유정도로만 해석이 된다. 심각한 가정폭력으로 인해 소희엄마나 소희의 이복형제들은 아직 목격을 하지 못해서인지는 몰라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피해자인 소희엄마만 계속 참고 묵인한다면 가정폭력이란 것이 큰 피해를 낳지 않을 것처럼 보여지는 듯해 아쉽다. 물론 리나가 떠난 이유와 그로인해 정신치료를 받아야만 했던 것으로 나타나지만 돌아와서 당당하게 폭력의 부당성을 아버지에게 다짐받는 것은 가정폭력의 그나마 덜 심각한 상태로 보여진다. 더군다나 평소에는 소희를 포함 가정에게 엄청나게 충실한 그가 아니던가. 좀 더 관심을 갖고 중대하게 가정폭력을 다루지 않은 것에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누군가 한사람만 희생하면 조용히 지낼 수 있을 것처럼 보여지는 부분이 특히 그랬다. 그치만 소희의 방을 통해 인간이 가지는 방의 의미와 그 역할에 중요성을 청소년을 비롯 독자에게 전달하는 비교적 감정이 동화되는 문체는 놀라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