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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걸 선언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13
수잔 보트 지음, 김선희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팻걸선언. 간만에 청소년 도서를 읽었다. 뭐 조만간 청소년 도서 리뷰가 폭탄처럼 올라올테지만 어찌되었든 요 근래에는 간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이책에 대한 나의 기대가 컸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읽고 싶었던 책이다. 뚱뚱한 '팻걸' 제이미가 어떻게 청소년기를 통과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냥 청소년으로 살기도 힘든데 뚱뚱하기 까지하다. 뚱뚱해본 경험이 있는지의 여부를 떠나 영화 '미녀는 괴로워'를 보며 대부분의 여성관객이 눈물흘리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았던 만큼 '뚱뚱'이라는 단어에 집착하는 요즘의 우리에게 이소설, 팻걸 선언의 의의는 그만큼 크다고 본다.
주인공 제이미. 10대 여성의 패션트랜드를 주름잡는 '핫칙스'에는 그녀에게 맞는 옷이 없다. 심지어 뚱뚱한 고객을 위한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 '점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곳에 제이미, 노노, 프레디가 들어간다. 이유는 간단하다. 팻걸선언에 라이터 제이미가 핫칙스가 벌이는 뚱녀들에 대한 옳지 못한 행동을 삐고는 컬럼을 쓰기 위해서였다. 작정하고 들어갔어도 핫칙스가 제이미에게 주는 상처는 그녀를 울릴만큼 대단하다. 옷이 맞지 않는것도 속쓰린데 점원들의 태도는 대놓고 그녀를 '유령'으로 만들어 버린다. 채식주의자 노노의 '천연소재 가죽'에 대한 힐난과 부정적인 태도도 말라깽이인 그녀의 체구앞에서는 그저 '유별난 고객'정도로만 느껴질 뿐이다. 역시나 지나치게 왈가닥스러운 프레디의 행동도 어찌되었든 '맞는 사이즈의 옷'이 존재하는 한 그녀역시 손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뚱뚱한 제이미를 향한 비난은 너무나 당연해 보인다. 언뜻 보면 이런 불평등한 사회에 제이미의 존재는 쓰리고 아프고 늘 울기만 한 소외계층으로 비쳐질 수도 있지만 연인 '버크'와 함께 할 때의 제이미는 세상 그 누구의 연인다운 면모를 보인다. 여리면서도 사랑에 달콤함에 흠뻑 취해있는 그녀를 그누구도 '뚱뚱'하다고 바라보진 않을거다. 아니 그렇다해도 애정을 나누는 버크와 제이미에게 그런 시선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 버크가 더이상 팻보이로 살기를 거부하며 과감하게 체중조절 수술을 받기로 결정한다. 심지어 제이미에게는 그조차 비밀로 하고 말이다. 생명에 위협적인 수술이며 동시에 함께 '팻'이었던 버크의 선언에 제이미는 극구 반대하지만 결국 버크의 선택과 결정을 존중하게 된다.
버크는 알지못했던거다. 그녀와 함께 해야할 수 많은 일들 중 대다수를 함께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 지금 그대로의 버크를 사랑한 것은 반대로 지금 그대로의 제이미 자신을 사랑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때문에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좋아해주는 편집장 히스의 관심에 제이미도 서서히 마음을 돌린다. 그닥 맘에 드는 결론은 아닌 것 같다.
팻걸선언에도 등장하는 것처럼 대부분의 소설, 영화, 연극속에서 여 주인공은 말랐다. 뚱뚱한 여성은 마녀, 대지의 어머니 등 제대로 된 역할을 맡을 수 없다. 심지어 뚱뚱한 여자로 등장했다가 결국은 실의에 빠진 거나 미친듯한 다이어트로 통쾌한 복수를 하며 마무리 된다. 하지만 왜그래야 하느냐고 팻걸, 제이미는 묻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뚱뚱하지 않으며 집안도 꽤 괜찮고 얼굴까지 핸섬한 뚱뚱하지 않은 남자가 그녀의 모습에 반해버리는 것 또한 통속적인 결말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결말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이런 이유는 아니다. 통속적이라는 것은 그만큼 현실에 가깝다는 것으로 생각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당장 거리에 나가봐도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라는 야유를 사더라도 분명 누가봐도 투엑스라지 사이즈의 여성과 그에 비해 지나치게 '모델'급 남성이 팔짱을 끼고 걸어다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한 결말 부분은 제이미가 마지막 까지 고민하게 되는 '팻걸'과 '제이미' 사이에 순수성과 관계에 대해 너무 모호하게 끝맺었음이다. 팻걸이 제이미일 수는 있다. 하지만 과연 여리고 여린, 그래서 자신의 마음을 숨죽이며 선택이란 단어에 뿔을 올리는 그녀가 팻걸 일수 있을까. 그녀가 적어온 팻걸선언이 과연 제이미의 내면에서 들려온 말들이었는지 책을 읽으면서도 헤아릴 수 없다. 하지만 이역시 작가의 한마디면 끝난다.
그 해답을 찾아가는 게 삶이라고. 뿐만아니라 성인으로 성장해 가면서 자연스레 그 해답을 찾을 수 있게 되지 않겠냐고 말이다. 그렇다면 나도 더는 의의를 달 수 없다. 그저 팻걸 선언의 당당한 제이미의 모습이 현실에서도 수 많은 팻걸들에게 전파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