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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칸타타 - 작은 나뭇잎 프레디의 여행
레오 버스카글리아 지음, 조병준 옮김, 천은실 그림 / 샘터사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몇 달전 샘터에서 스프링칸타타의 제목을 공모한 적이 있었다. 후보로 오른 제목중에 내가 고른 제목이 바로 '스프링칸타타'였다. 봄의 설레임이 한풀 꺾인 5월이 되서야 만나게 되었지만 스프링칸타타 라는 타이틀에서 느껴지는 생기발랄함은 변함이 없었다. 무엇보다 막상 책으로 받아보니 표지를 비롯 첨부된 영문판과 프리노트 그리고 내용은 그 이상이었다. 나뭇잎 프레디와 함께 하는 4계절 여행, 그 여행은 한동안 떠나지 못했던 나의 방랑벽을 어느정도 해소시켜주었기 때문이다.
프레디는 봄에 태어난 잎이다. 그보다 먼저 태어난 잎은 그에게 프레디를 포함한 다른 친구들의 존재, 즉 커다란 나무에 나뭇잎으로 태어났음을 알려주었고 그들의 역할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알려준다. 더운 여름날 나이든 노인들에게는 편안한 쉼터가 되어주기도 하고 아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에코 놀이터의 역할을 제대로 해낸다.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몸을 맡겨보기도 하고 따가운 햇살은 나름의 에너지로 그들을 푸르고 싱그럽게 만들어주었다. 계절이 바뀌고 그들의 색이 각각 변하면서 프레디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존재에 대한 깊은 물음을 갖게 된다. 계절이 변화면서 갖게되는 프레디의 심리변화는 인간이 나이를 먹으면서 갖게 되는 심리변화와 같다고 느껴졌다. 봄을 10대로 비유하고 여름을 20~30대, 그리고 가을은 40~50대. 그리고 겨울은 슬슬 죽음이라기 보다는 한 생애의 마무리 단계인 노년기인 것이다. 하지만 프레디의 삶처럼 정해진 순서대로 흘러가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때때로 인간은 서른도 되기전에 자아성찰에 깊이 빠진 체 흔들리기도 하고 중년에 나이에도 여전히 봄날을 보내지 못한 체 젊은 날의 자신으의모습을 그리워 하며 절망에 빠지기도 한다. 프레디가 전해주는 것은 자연의 섭리와 그에 따른 순리란 무엇인가를 깨닫게 해준다. 겨울이 되어 하나 둘 떠나가는 동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도 저 땅 어디로 떨어져 이듬해 또다른 프레디와 같은 존재를 위한 거름으로 쓰여질 것이란 사실을 덤덤하게 받아들인가. 이윽고 땅에 떨어졌을 때 프레디는 아프거나 괴롭지 않다. 자신의 이후가 어찌될지 잘 알기 때문이다. 발버둥쳐도 자연의 섭리는 부정할 수 없다. 프레디는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만 남을 줄 알았는데 어느새 그는 지금의 나보다 더 성숙한 존재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지금의 내 모습은 어떤지, 지금의 내가 해야할 일들을 잘 하고 있는것인지 이시간이 흐르고 난 이후에 후회는 없을런지 조용히 사색하게 하고 성찰하게 만드는 그런 책이 바로 스프링칸타타였다.
그저 어린 나뭇잎 프레디의 삶을 쫓아 편안한 삽화에 취해있는 줄로만 알았던 만남은 그토록 귀한 만남이었던거다. 영문판 역시 읽게 되었는데 단어가 갖는 다양한 의미를 다시금 느껴보고 싶어서였다. 영문판을 다 넘긴 프리노트에 나는 또 몇마디를 적어본다. 무어라 적었는지 그것은 비밀이다. 책을 읽고나면 저마다 적고 싶은 말은 각각일테지만 결국 같은 맥락일거라 생각한다. 프레디를 만난 후 길가에 흔히 보이는 나뭇잎도 더이상 그저 그런 나뭇잎이 아니게 될 것 같다. 내가 아는 프레디가 저 위에서 그토록 아름다운 하루를 보내고 있겠거니 생각이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