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하지 못한 말 - 때로는 웃음 같고 때로는 눈물 같은 내 가족에게
안길수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세가지 말 모두 누군가에게는 쉽게 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사는 동안 쉽게 뱉어지지 않는 말들 중 하나일 것이다. 그것도 대상이 가족이라면 누구라도 그렇다. 특히 미안해란 말만 달고 살런지는 몰라도 말이다. 애초에 이 책은 기획의도가 지금과는 달랐다고 했다. 지인을 통해 자녀 교육을 잘 한 유명인사를 비롯 주변사람들을 취재하는 것에서 출발한 것이 어느순간 가족의 도움 없이 성공할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제대로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던 사연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그런 과정속에 처음 인터뷰했던 내용들보다 많이 수정되면서 꼭 책에 실렸으면 했던 이의 사연을 담지 못해 너무도 미안해 전화연락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저자는 서문에서 밝혔다. 아마 그것은 가족의 이야기 였기 때문일것이다. 단순한 성공담이 아니라 내 가족, 남들에게는 커녕 가족에게도 제대로 못했던 말들을 힘겹게 터 놓았을 그 맘을 저자는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였을까. 중간중간 실제 인터뷰 내용보다 더 극적으로 표현하려는 저자의 글들이 맘에 들지 않다가도 배려하려는 그의 속내를 미루어 알기에 더 몰입할 수 있었던것 같다.

 

위의 세가지 분류중에서 나를 눈물나게 만들었던 부분은 미안합니다 편이었다. 예술의전당 대표의 사연은 특히 날 참 많이도 울렸다. 그가 왜 지금까지도 자신의 생일날 미역국 한 숟가락 조차 뜰 수 없는지 이해하고도 남았다. 그 사연외에도 최태지 단장의 이야기도 맘에 와닿았다. 좋은 부모를 만드는 것은 어쩌면 그들의 자녀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단 최단장의 가정 뿐아니라 대부분의 가정이 순탄하게 성공의 길에 오른 것이 아니었다. 힘든 고난을 견뎌내지 못하고 타락의 길로 걸었다면 미안하다는 말도, 고맙단 말도, 더더욱 사랑한다는 말을 할 사람도 들을 사람도 존재하지 않았을것이다.

 

살면서 세가지의 말을 비교적 잘 하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한경희대표나 이문열 작가처럼 한쪽의 편향되어 있는 건 아닌가 싶은 반성이 들었다. 엄마에게는 살가운 막내딸, 언니에게는 말썽꾸러기 동생이면서도 정작 아빠에게는 늘 불만만 표출하고 더 많은 것을 채워달라고 요구만 해왔기 때문이다. 나의 아빠만 그런 것이 아닌 줄 알면서도 왜그리 못나게 굴었는지. 책, 아직 하지 못한 말은 대단한 가족사를 공개하고 성공의 밑거름이 가족이 잘나서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들도 나처럼 표현이 서툴어 때론 후회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조용히 고백해준다. 내게는 그렇게 살지 않았음 좋겠다는 듯. 그들의 바람이 꼭 전해질 수 있도록 좀 더 다정한 딸이 되길, 늦기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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