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비로소 인생이 달콤해졌다 - 문화집시 페페의 감성에세이
곽효정 지음 /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인생이 달콤하다고 느끼는 때가 언제인지 떠올려보면 뜻밖에 선물을 받거나 애쓴 일에 대한 보상이나 사람들로 부터 인정을 받았을 때, 상대가 나와 같은 마음이란 것을 확신할 때, 그리고 달달한 음식을 먹을 때가 아닌가 싶다. 쉽게 말해 어떤 계기를 통해 달콤하니 쓰니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저자 곽효정은 서른에 비로소 인생이 달콤해졌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났을 때 내가 든 생각은 그녀의 삶은 처음부터 달콤하지 않았나 싶다. 결국 깨닫는 그 순간, 인생은 달콤해 지는 것이다.

자신의 아버지가 천사라고 믿었던 그녀의 이야기는 아버지가 무섭기만한 혹은 그 어떤 일로도 가까워질 수 없을 것 만 같다고 느끼는 이들에게는 그저 부러움에 대상이다. 칼을 꺼내 다시 날아가지 못하게 날개를 자르려 했던 그녀의 마음이 그래서 더더욱 공감이 되었다. 이런 험한 세상, 깜빡 속아넘어갈 듯 천사와 닮은 아버지, 세상을 알게 하는 가장 처음 만나는 존재의 상실은 상상만으로도 괴로울테니 말이다. 그런 순수함과 솔직함은 그녀가 사는 동안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고 등장한다. 때문에 그녀를 처음 만나는 사람들은 잘도 그녀앞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꺼내놓는다. 그리고 그녀는 그 이야기를 잘 간직했다가 이렇게 우리에게 들려준다. 심지어 그녀의 이별이야기 까지도 그녀 주변에서는 참으로 예쁜 가슴앓이였다고 느끼게 만든다. 눈물을 훔치는 그녀의 모습 조차 누군가에게는 오랫동안 기억에 머무르게 만드는 무언가가 되어버린다. 그렇듯 그녀의 삶은 어느 한순간도 '아무 맛도 없는'상태는 없었던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정작 본인은 서른에서야 그 달콤함을 느꼈을까.

사는동안 누구나 버리는 것은 어렵다. 반대로 오랜시간 소유하는 것도 쉽지 않다. 다양한 만남과 그로인한 관계가 발생과 소멸속에 나도 참 많은 것을 버리고 때로는 그 버림을 후회하기도 했다. 과연 잘 버리는것은 무엇인지 관련 책을 뒤적이지고 했다. 하지만 비움이라는 것은 분류가 아니라는 결론밖에 들지 않았다. 이건 버려도 되고, 저건 버리면 안되고, 그건 좀 더 지켜봐야 겠다고 생각하면 그 어떤 것도 쉽게 버려지지가 않는다. 무엇보다 물건을 버리는 것은 말그대로 표면적이고 약한 자아에 일시적인 각인정도 밖에는 안된다. 그냥 버리는 것이다. 그와 관련된 마음과 함께. 저자는 잦은 여행을  통해 여행자의 짐에 꼭 필요한 것이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흔히들 삶을 여행에 비유한다. 결국 내 삶에, 한정되고 유한한데다 끝을 아무도 모르는 이 삶이라는 여행에 반드시 지고 가야하고 지켜내야 할 것은 그야말로 많지 않다는 의미다. 그렇게 다 버릴 것이 물건이 아닌 마음이란 걸 깨달은게 아마도 서른이었을 것이다. 그제서야 그녀가 책에 쓴 것처럼 아메리카노의 쓴 맛대신 끝에 남는 여운의 달콤함을 느꼈던게 아닐까.

만으로 서른이 지난 지금의 난 인생이 달콤하다고 느끼진 않는다. 그렇다고 쓰다고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쓰고 맵기만 했던 10대를 지나 무얼해도 달달해서 중독이 강했던 20대를 넘긴 지금 인생의 맛이 담백하다고 느끼고 있다. 그리고  그 누구의 삶도 그닥 다르다고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또 모르겠다. 내 마음의 '버려야 할'무언가를 내려놓고 나면 작가보다 좀 느리게 인생의 달콤함을 깨닫게 될런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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