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 컴퍼니 스토리콜렉터 3
하라 코이치 지음, 윤성원 옮김 / 북로드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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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하라 고이치. 1954년생 이라 같은 또래의 이야기가 하고 싶어졌던걸까 했더니 전작들 모두 멜롱꼴리한 이야기 보다는 사회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된 그러면서도 작가 특유의 위트를 놓치지 않는 작품을 줄곧 발표해왔다. 긴 서두도 없이 곧바로 이야기의 중심으로 독자를 이끌어가는 글솜씨에 그야말로 순식간에 책을 읽게 만드는 흡입력을 가진 그의 작품을 극락컴퍼니를 통해 이제서야 접하게 된 것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만큼 페이지를 10페이지도 넘기기 전에 이미 호감도가 급상승했다.

이야기는 도서 뒷표지에도 대략의 줄거리가 담겨있을 만큼 간단하다. 정년퇴임한 두 남자 스고우치와 기리미네의 주식회사 놀이. 소재가 엄청나게 신선하다거나 결말을 알 수 없는 반전있는 소설은 분명아니다. 어릴적 모의토론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들은 '회사, 이익단체'에 노출되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퇴임한 그 두남자는 그런 못마땅한 허울이 그리워 만나자 마자 회사를 차리기로 결심한다. 회사명을 비롯 사훈에 스케쥴, 회의까지 그들의 하루는 어느 회사원들의 하루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자못 진지함으로 지속되는 회사놀이는 전국으로 퍼져나가고 나름의 '이윤'를 창출하는데까지 도달한다. 고령화사회의 시간이 많은 사람들, 시간은 많지만 그들과 함께 대화를 나눠줄 상대는 없는 사람들을 위한 블랙코메디라는 데 나는 그저 웃음만 났다. 그렇다고 조소나 비소는 아니다.

우선 고령화사회라는 것은 지하철에만 타도 몸소 느낀다. 공익광고에도 실렸던 사진 한장처럼 노약자 좌석의 위치가 일반석과 바뀔 수도 있다는 경고성 메세지인데 정작 그들을 위한 서비스는 고령화사회로 변모되는 속도를 전혀 따라오지 못한다. 획기적인 소식이나 광고조차 그야말로 '돈 많은'이들을 위한 것일 뿐 벌어놓은 돈으로 겨우 노후생활이라기 보다는 죽을 자리를 마련한 이들에게는 예나 지금이나 꿈의 도시일 뿐이다. 물론 돈이 엄청나게 많다고 해서 노령화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잭니콜슨과 모건프리먼 주연의 '버킷리스트'라는 영화를 봐도 알 수 있듯 갑부라고 해서 그렇지 못한 이보다 행복한 노후를 맞이하고 죽음을 맞이할 수는 없는 것처럼 그들에게는 '기회'와'설레일 수 있는 목적'이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극락컴퍼니에서는 그것이 '회사 or 소속'이었지만 모든 정년퇴임자들의 소외감이 그런 방법으로 해소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살아야 하는 이유, 그것도 열성적으로 매일을 이겨내야 하는 목적을 갖게 해주는 것, 젊은 시절 부양의 의무에만 목매달게 하지 않도록 그들의 숨통을 트여주어야 하는 까닭을 일깨워주는 게 바로 극락컴퍼니가 아닐까 싶다. 그들의 모습이 반드시 나의 모습일거라 두려워 하거나 지레짐작으로 우울해 할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저 지금부터 내 주변의 내 가족의 한사람인 '그'가모조회사나 모조품이 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그것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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