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만의 꽃을 피워라 - 법정스님의 무소유 순례길
정찬주 지음 / 열림원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종교를 떠나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느낀 바가 없었던 사람이 있을까. 종교가 거추장스럽고 부담스러웠던 그 시절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읽던 다음날 나도 모르게 불교음악에 심취해 마치 '무념무상'을 깨달은듯 건방을 떨 던 때가 있었다. 왠지 모든게 가볍게 느껴지고 용서할 수 있듯 나 역시 누군가에게 아니 모든이로부터 용서받을 수 있을 것만 같아 맘이 편안해졌었던 그때, 그 조차 버려야 한다는 사실에 벌컥 화를 냈던 기억이든다. 그만큼 무소유라는 것은 속인이 깨닫고 따르기에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다. 무소유를 통해 속인인 우리곁에 있어주는 듯 싶으면서 정작 본인께서는 '아름다움'은 배제터라도 모든것에서 '무'의 상태를 이룬 분이 아닐까 싶다. 그분의 수행처를 재가제가 정찬주, 저자가 따라나선 기행이 이책 그대만의 꽃을 피워라다.

 

책에 대한 강한 이끌림이 있으되 지난 해 부터 신앙에 맘을 정한터라 머뭇거림도 있었다. 하지만 몸이 좋지 않은 날 위해 언니가 함께 예배를 가주듯 그런 언니에게 선물할 요량으로 읽기 시작한 책은 어떤 종교든 결국 종국에는 인간의 그릇된 사심과 욕심을 버리고 참된 자아를 만나게 해주는 점에서는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해줬다. 존경의 맘으로 책에 등장하는 스님들과 그분들이 남겨주신 말씀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대만의 꽃을 피우라는 것은 결국 누군가를 쫓아 거짓된 나를 형성하지 말라는 의미인 것 같다. 무소유, 무념등은 타인을 시기하고 부러워 하지 않는다면 굳이 생기지 않은 사리사욕이기 때문이다. 기행문 답게 책 곳곳에 절과 주변광경을 담은 사진들이 보인다. 사찰이 있는 그곳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이고 안정감을 주는데 그런 모습에 담겨진 스님들의 말씀은 마치 곁에서 들려주시는 듯 마음속에 무언가를 남겨두시기도 하고 힘겨웠던 것들을 꺼내가시는 듯한 기운이 감돌았다. 때때로 이런 기분이 종교적으로 부딪히는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순례라는 것은 일단 깨달음이요 법정스님을 비롯 소개되는 스님들은 종교를 넘어선 분들의 가르침이란 생각에 다시금 몰입할 수 있었다.

 

기독교 서적을 읽으면서도 늘 안타까웠던 것은 '종교서적'이라는 분류로 인해 비종교인들에게 널리 읽히지 못하는 것이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고인이 되신 김수환 추기경님이나 법정스님과 같은 분들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할 뿐아니라 존경으로 예를 갖추는데 왜 그분들의 손을 잡고 따르는 우리들은 그렇지를 못하는지 다시금 깨닫게 책이었다. 나를 따라 예배를 함께 해준 언니에게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서라도 몸이 회복되면 책에서 소개해주시는 사찰을 따라 순례기행을 꼭 다녀오고 싶다. 그리되면 나만의 꽃을 피우는 방법 혹은 모종이나 씨앗 한줌 얻어올 수 있지 않으려나...하는 바람이 드는 것이 아직 나는 멀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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