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렁커 -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고은규 지음 / 뿔(웅진)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한동안 원큐에 읽은 책이 거의 없었다. 적어도 중간에 식사를 하거나 대화를 나누거나 뭐 등의 흐름을 끊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트렁커..
2010년 마지막에 단숨에 읽은 책으로 선정~! 내용은 솔직히 미친듯이 웃기거나 머리 띵하게 눈물나거나 책을 놓을 수 없을 만큼의 흡입력이 있지는 않다. 기껏 단숨에 읽었다고 해놓고 이 무슨 앞뒤 문맥에 어긋나는 평이냐 하겠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사실인걸. 그치만 평점을 준다면 무지하게 후하게 주고 싶다. 재미있게 읽고나서도 놀부심보가 발동, 평점을 별4개를 차마 주기 싫은 작품과 작가가 있다면 트렁커의 고은규씨에게는 기본 별4개는 주고 싶어졌다. 왜냐면 고은규 작가는 너 불쌍하다고 동정표를 남발하는 그런 작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주인공 온두는 참 불쌍한 여자다. 대부분 이여자에게 더 가혹한 형벌을 내리거나 책임감 없는 몹쓸 동정심을 베푸는 등장인물이 있기망정인데 트렁커에 인물중 어느 누구도 대책없고 근거없닌 동정도 형벌도 내리지 않는다. 할아버지가 유서가 아닌 유언으로 이름을 지어주신 덕에 '이룸' 에서 '이름'이 이름이 된 름의 역할 도 온두를 공주로 만들거나 극적인 구출을 시도 하지 않는다. 언제부터 온두의 정체를 알고 있었는지 짐작이 될듯말듯 하지만 애초에 온두가 그 시절 그 여자아이가 아니었어도 름은 그녀를 보듬을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지 싶다. 그 케잌을 먹은것만 봐도 알듯.
상처를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보는게 맞겠다. 편안한 매트리스가 깔린 침대에 누워잘 수 없는 사람들 트렁커. 이유야 각각이겠지만 결국 편안하게 두 다리 펴고 잘 수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어린시절 옷장에 곧잘 숨었던 나는 그곳이 은둔하기에 적절한 장소였기 때문이지 침대나 이불보다 더 편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런 점에서 온두나 름의 아픔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시선은 아니었다. 아마 곁에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이상한 편견으로 볼거라는 것도 부인할 순 없다. 온두가 성실하지만 친절한 직원이 아닌 것도 손님의 입장에서 보면 어느쪽으로도 이해해줄 수 없는 나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깨닫는 경우가 많은데 그건 지금 내 삶의 부족함, 놓치고 사는것에 대한 발견이었다면 트렁커를 통해 깨달은 것은 내 사고가 참 단순하면서 한정되어 있다는 거였다. 엄청난 SF장르는 아니지만 일상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것인지 끊임없이 추리하게 끔 만드는 제법 괜찮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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