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봐주어 너무도 미안한 그 아름다움
서진영 지음 / 시드페이퍼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무형문화재 12인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어찌보면 다소 어렵고 딱딱하고 괜한 측은함과 미안함을 갖고 읽어야 하는 건 아닌지 주춤되기도 했던 책. 만약 그런 주춤거림으로 읽기를 늦췄다면 상당히 아쉬울 뻔했다. 저자 서진영의 글솜씨의 여러번 놀랐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낮추는 겸손함에 필력이 좀 부족한 작가인가보다 했더니 왠걸 한편의 에세이를 보는 듯한 특유의 위트와 편안한 안내에 마치 12장인을 직접 만나고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따금 쉼없이 나오는 저자의 사적인 감성에 장인들을 보는 시선의 흐름이 다소 끊기는 감도 없지 않았지만 무작정 이런 대다한 장인들을 모르고 살았던 그 미안함만을 탓하고 나섰더라면 이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는 독자는 많지 않았으리라 본다.
한산모시짜기를 시작으로 배첩장까지 책을 읽으면서 거듭들었던 생각은 장인들이 받아만 준다면야 수재자로 들어가도 원이 없겠다 하는 생각이었다. 책으로 백번 봐도 한번 체험하는 것을 비할 수 없다는 말이 여기서 나오는게 아닐까 싶었다. 손을 베이고 때론 한부분이 절단 되는 아픔을 다 감내하고 무엇보다 내가 무엇이 되겠다가 아니라 정말이지 즐거워서 그 일을 할 수 있는 '운명'적인 느낌이 필요한게 아닐까. 물론 적성이란게 별개 없다라는 말씀도 동의한다. 열심히 내가 이분야에서 최고가 되어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끝까지 죽기를 각오할 때 '천직, 장인'이란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것일게다. 책을 읽으면서 또 하나 오해했던 것은 무형문화재, 즉 전통이라고 하면 무조건 옹고집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맘에 들지 않는다고 자기나 토기를 깨부수는 장인도 더는 없었으며 우리것만이 중요하고 작업할 때도 평소에도 한복을 고수하면 '전통'이라는 이름하에 외부와 단절하여 자기뜻으로만 사는 사람들이 아니란 것이었다. 현재 작가들과도 교류하면서 열린 사고로 전통을 계승하시는 장인들의 모습은 놀랍다는 것 이상의 깨달음이 느껴졌다.
12명의 장인들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서진영이라는 작가를 응원하고픈 맘이 책의 마지막장을 덮었을 때 그야말로 '충만'한 상태가 되었다. 개인적으로 이분들의 작업장을 전부 방문할 수는 없겠지만 한 해에 한가지의 전통기술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더 늦추지 말고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 만든 소반에 넘침 없는 조반과 한땀한땀 현빈의 이태리 트레이닝복이 아닌 침선으로 부모님의 침구를 시집가기 전에 선물해 드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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