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1 세계문학의 숲 1
알프레트 되블린 지음, 안인희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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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1,2
책 중에는 단숨에 읽히는 책이 있는가 하면 마라톤 처럼 숨고르기의 시간을 별도로 필요로 하는 책들이 있다.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은 선자도 후자도 아니다. 그렇기에 읽는 내내 머리를 쥐어뜯어 내듯 내 자신을 괴롭혔는지 모른다. 개인적인 얘기를 좀 하자면 난 독일과 아일랜드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 두개국 전부 워킹홀리데이 협정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어떻게 하면 만 서른이내에 2개국을 전부 다녀올 수 있을지 불필요한 고민으로 밤을 샐 정도로 어리석은 짝사랑을 하고 있다. 때문에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은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와 비견될 만한 작품이라고 할 때 반가움 마음과 불안한 마음이 교차했다. 솔직히 율리시스는 영문학 수업을 받으면서 처음 접하게 된 이후 아직도 제대로 소화시켜가며 읽어낸 적이 없는 '무섭고 괴롭고 힘든'책이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을 읽는 내내 머릿속 한켠에는 율리시스가 떠나지 않았다. 방대한 내용이나 난해하다는 일률적인 평이 아니라 지나치게 똑같았다. 노래부터 성경등의 자잘하게 본문 수준의 각주가 달리는 것도 그러했고 의식의 흐름을 쫓아 글이 이어가는 방식이 그랬다. 너무나 잘 아는 상대를 만났기에 이번만큼은 단 숨에 읽어내겠다는 비장함으로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으로의 진입을 결정, 나의 리뷰는 프란츠 비버코프를 따라 흘러갔다.

 

프란츠 비버코프. 그는 4년간 죄수로 살았다. 이미 내용은 알려졌듯 프란츠가 다시금 힘을 얻어 삶을 살아가다가 결국 또다시 절망적인 세상에 남겨진다는 내용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의 심리상태다. 처음 베를린으로 나왔을 때 그의 심리는 암흑이었다.

 

1권 p.54 이제 나는 온종일 먹고 마시고 잠자는 일밖에는 아무것도 안 할 거다. 내 인생은 끝난 거니까. 끝이다. 끝

 

 

물론 랍비를 통해 찬노비치의 무용담과 비극적 결말을 전해 들어 일어설 용기는 얻었지만 여전히 그는 '여름양복'을 입고 지나가는 여자를 무작정 따라 들어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제대로 취하지 못한 체 거리에 남겨진 상태였다. 이다의 언니, 안나를 만나면서 그의 여름양복이 푸른색 가을 양복으로 변하면서 그는 베를린에 정착하게 된다. 베를린 입성, 그가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동시에 독자인 나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술술 읽히진 않지만 느릿한 호흡으로 프란츠의 이야기와 주변인들의 생각을 쫓아가는 데 들이는 노고가 덜해짐을 느낀다.

 

2권 p. 45
"나 어떤가, 바비 재킷을 입은 영웅적인 전사지?"

 

상승세를 타고 달라져 가는 프란츠는 여름양복에서 푸른색 가을양복에 이어 이젠 바비 재킷을 입고 에바앞에서 거드름을 피우는 사람으로 달라진다. 그는 달라졌다. 천천히 이어져 오던 나의 호흡도 함께 상승세를 타지만 옷이 달라지고, 사람이 달라지고, 머리가 달라지는 '달라짐'의 말끝이 쓰고 텁텁해져 옴을 감지한다. 미체의 죽음은 살인을 한 행위가 누구였는지가 중요하지는 않다. 때문에 라인홀트가 밉다고도 느끼지 않는다. 고통이 커지자 프란츠 바짝 붙어 있던 나의 마음도 한발자욱 떨어져 다시금 베를린 광장에 처음 진입했던 때의 프란츠를 보게 된다. 그는 이전과는 달랐다. 처음 테겔 감옥에서 출소했을 때는 그에게 희망이 없었다. 그리고 저자는 그의 삶에 대해 더는 할말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우리에게 할말이 남아있다. 깨어있으라고, 그리고는 우리가 아는 것에 대한 댓가를 치뤄야 한다고 말하며 이야기는 끝난다.

 

 

여타의 소설들과는 방식도 다르거니와 각주를 되짚어 가며 읽기에 몰입도가 다소 떨어지는게 사실이다. 한번 읽어서 이해할 수 있는 소설은 결코 아닌것이다. 어느 블로거의 말처럼 단 한번의 독서로 적은 리뷰가 옳다고 말할 수가 없다는 말에 적극 동감할 수 밖에 없다. 지금은 솔직히 얼떨떨한 상태다. 프란츠란 사람이 내게 왔다가 그렇듯 허무하게 사라져갔다. 1920년대에 베를린을 '역사'로만 아는 나는 그의 심리상태의 변화를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은 상황이 사람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란거였다. 되블린이 말했던 모든것에 '때가 있다'라는 말처럼 지금은 아직 프란츠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때'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난 아직 그처럼 제대로 절망해 본적이, 엎어져 누워있어본 적이 없는 거다. 하지만 분명 나도 광장으로 걸어나가야 할 '때'가 반드시 올 거라 믿는다. 그때 이 책을 꼭 한 번 더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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