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 오늘의 일본문학 6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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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소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평점을 별3개 밖에 주지 않은 이유는...

날 답답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뻔한 결말일줄 알면서도 혹시나 혹시나 하면서 끝까지 읽어내려간 나의 기대를 버젓이 배신한 댓가로

내가 할 수 있는거라고는 소심하게도 이정도 밖에 못하는거다.

마치 소설속 범인이 범인이 될 수 밖에 없는 그 까닭과 크게 다르지 않다.

 

파반느의 서평을 앞질러 방금전에 다 읽고만 악인을 앞세워 리뷰를 남기는 이유는 그때문이다.

아에 리뷰따위 적지 않을테다, 맘먹으면 그만이겠지만 적어두지 않으면 계속계속 내머릿속에 맴돌아

날 괴롭힐게 뻔해 어서 빨리 해치워버리자 하는 맘, 바로 그것이상 이하도 아닌거다.

 

악인.

제목이 악인이었을 때, 뒷페이지에 나오는 악인을 제멋대로 사랑해 버렸다는 문구를 보았을 때

읽지말았어야 했다. 아무리 유명한 작가 요시다 슈이치라고 해도, 중반을 넘어가면서 거의 악의의 실체가

드러났을 때라도 이거 못읽겠네 하고 덮었다면 지금 이 좋은 토요일밤, 내 맘이 이토록 심란하고 괴롭진 않았을거다.

재밌게 읽고나서, 작가의 글솜씨에 충만하게 반해버리고서도 평점이 좋지 않은 이유, 왠지 타인에게 쉽사리 추천하게

되지않는 게 바로 이런 이유다.

 

한 여자가 죽는다.

일본나이로 21살이니까 우리나라로 치면 스물 셋, 혹은 넷. 기껏해야 이제 막 20대 중반을 접어든 보험 세일즈의 여성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어느정도 예쁘장하고 정상적으로 사람을 만나려고 해도 크게 어렵지 않게 연인을 만들 수 있는 흔히 볼 수 있는

여성이다. 성격 또한 딱, 쉽게 볼 수 있는 그런 여자다.

같은 여자가 가장 싫어하는 성격이며 맘에들지 않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의 이기심과 시기심으로 인해 늘 주변에 친구가

많거나 끊이지 않는 여자. 남자들이 혹 그런 여자에게 추파를 던지면 당연하다는듯 부러워하면서도 고개를 돌리거나 내면 깊숙한

곳에서는 '재수없어'를 연발하게 만드는 그런 여자. 딱히 죽어도 싸다는 소리를 들을 법한 그런 여자가 죽었다.

소설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그렇고 그런여자라고 까지 말을 들을지도 모르겠다. 도발아닌 구타유발자.

 

그리고 제대로 사랑을 받지 못한 이유로 심하게 순수하거나 심하게 한가지의 방향만 보게 되는 남자. 악인이 있다.

사람을 죽여놓고도 태연하게 살아가려고 했던 남자, 그러면서도 새로운 사랑에 기대를 거는, 그 사랑을 위해 제대로 악이이

되어버린 남자.

 

그리고 그 여자와 그 남자를 둘러싼 수많은 '우리', '너희', 그리고 다시 '우리 모두'가 존재한다.

 

우리는 그들의 죽음을 비방한다. 죽어도 싸다고 하면서도 철면피 같은 놈이라고 손가락질 한다.

너희는 그들의 죽음을 애통해 하면서 그녀의 아비와 악인을 동정하지만 결국 기억속에 잊혀질 것을 '우리모두'는 알고 있다.

 

결론만 보자면 '우리'도 '너희'도 '우리모두'가 악인인 사회.

그래서 답답한거다.

비난 하는 나와 동정하려는 나, 그리고 그 어디에서도 벗어나지 못하는 악인의 범위에 속한 까닭에 답답하고 싫다.

난 재미있게 이런 소설을 읽었던 내가 싫다. 얼마나 또 한동안을 '악인' 때문에 괴로워해야하냐는 말이다.

동정도 비난도 아닌 그 어정쩡함 속에서 얼마나 내멋대로 소설의 결론과 과정과 악인의 실체를 뒤바꾸려들꺼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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