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 빚는 여자
은미희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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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를 보고 난 그제서야 소설집인 줄 알았네요.

기자 생활을 하다 느즈막히 (굳이 따지고 들자면 그리 늦은 나이는 아니고 문단에 데뷔한 기성 작가들을 비교하자면 평균적인)

안정적인 수순으로 등단한 은미희씨의 만두 빚는 여자를 읽었답니다.

신춘문예를 거친 까닭인지 '신춘문예'소설에서 느껴지는 일상적이면서도 그렇지 않은 쉽사리 구어체에서 사용하지 않는 다양한

수식어구와 묘사법, 그리고 지나치리 만큼 현실에서 오는 고단함이 묻어나는 글들이 왠일인지 살갑게 느껴졌습니다.

솔직히 은미희씨의 작품중 다소 파격적인 근친상간과 동성애를 다룬 작품도 함께 엮였다면 하는 아쉬운 맘이 살포시 들었지만

만두 빚는 여자에 수록된 거의 모든 작품이 한편 한편 소재가 겹치거나 헷갈리지 않아 속도감 읽게 읽힌 것도 사실입니다.

 

-목차-

다시 나는 새
만두 빚는 여자
새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편린, 그 무늬들
새벽이 온다
나의 살던 고향은
갈대는 갈 데가 없다
낡은 사진첩을 꺼내 들다
사막의 연가


 

이따금 목차를 따라 각 작품의 소감을 적어 내려갈 때도 있고 그냥 전체를 읽고 났을 때의 소감을 적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은미희씨의 작품은 후자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소재의 다양성과 화자의 성별이나 위치, 갈등의 대상과

구조가 각기 다르지만 결국은 현실과 불교적 혹은 그와 상관없이 윤회사상이 깃든 자아성찰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라고

제나름은 생각해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결론이 빤한 작품도 있지만 그 뻔한 결론앞에서도 우리의 시선을 한시도 놓아

주지 않는 필력에 솔직히 놀랍기까지 합니다. 작가가 어느정도 작가반열에 오르면 이전에 섬세하고 세세하게 표현 했던,

그래서 다소 공모전스런 경향이 누그러지는게 일반적인데 반해 오히려 깊이가 더해가고 나중에는 활자를 읽는 와중에도

이전 작품에 쓰여졌던 표현과 비교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니까요.

 

그래도 서명으로 선택된, 음반으로 치자면 타이틀 격인 '만두 빚는 여자'에 좀 더 말을 걸어보자면,

실은 만두가 먹고싶어서 선택되었다는 말을 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부끄럽기도 하지만 역시나 책과의 인연은 독자의 상황과 맞물릴 수 밖에 없듯, 전 현재 다이어트 중이거든요.^^:

간접경험이나마, 아님 실제 만두를 먹게된다면 작품의 묘사나 글빨이 그야말로 맛깔스러워 견딜수가 없었다는 핑계를

만들고자 함이었는데 불행인지 행인지 만두에 대한 식욕이 읽는 동안 사라지고 오히려 한번 에 전편을 읽느라 끼니때마저

놓치게 되더군요. 만두가게, 그 고립된 장소에서 미례네만두집 여주인 미례는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목수일을 하는 사내를 만나 미래를 꿈꾸기도 하고 또 사내로 인해 정말 하기도 합니다. 미례, 未來. 마치 오지 않는, 혹은

오지 않을 미래의 다른 의미처럼 미례라는 이름이 반복되거나 등장할 때마다 저도 몰래 암울해지는 그녀의 치매걸린 노모가

그녀를 다시 찾아오지 않길 바라는 못된 맘이 들만큼 작가는 일순간 미례를 제게로 옮겨둘만큼 덤덤하지만 결코 덤덤하지

않은 문체로 쓴 작품입니다. 혹 저처럼 한가위를 앞두고 송편을 빚듯, 만두를 빚거나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찐만두를 떠

올리며 책을 선택했다면 다소 당황스러울지도 모르겠네요.

 

암울하게 치닫는 어느한쪽으로도 역시나 현실적이구나 하는 아쉬움에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씁쓸해 지는 작품도

있지만 2006년도 작품을 발표할 당시 어느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말하길, 앞으로는 밝은 작품을 써볼까 생각중이란 말로

섬섬한 위로를 대신해야 될 것 같네요.

간만에 지극히 신춘문예스런 그로인해 숨어들었던 혹은 잦아들었던 공모전의 꿈틀거림이 되살아 난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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