렛츠 그루브 - 좌충우돌 스물일곱 3년차 그녀들의 성장 다이어리
박신영.이민아 지음 / 웅진윙스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렛츠 그루브

스물일곱, 엄친딸 2명의 여행기 라고 소개되었다.

그래, 얼마나 잘났는지 좀 두고 보자란 마음도 있었고, 잘난 그녀들이 진짜 잘난 여자들이 되기위해 겪었을 뻔하디 뻔한 고생담에 위로라도 받자는 마음이 처음 책의 소개를 보고 든 느낌이었다. 추석 연휴가 끝나기도 전 토요일 아침, 받아든 책이었다. 생애 처음으로 심리적인 안정과 장기간 해외로 떠날 채비를 위해 혼자 보낸 추석다음날이라 책을 받 아들고서는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던 것도 사실이었다. 책을 가지고 2층으로 올라가 첫 페이지와 뒷 페이지의 소개서를 한자하자 읽어가면서 그녀들의 소개에 위축되기도 하고 내심 지나버린 스물일곱에 대한 회의와 어느정도의 그리움이 되살아나 저자의 이야기에 제대로 몰입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미리부터 말하자면,

책 소개가 잘못된 책 중의 하나를 꼽으라면 난 분명 이책을 꼽으리란 것이다.

 

잘난여자들, 수십번의 광고공모전 당선자, 해외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엄친아, 서울대 출신, 제일기획 사원등의 너무나 지나친 수식어구들이 그녀들의 얘기를 그렇지 못한 일반 독자들로 하여금 외면당하게 만들소지가 차고 넘쳤다.

 

그녀들이 잘난건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아직 서른도 되지 않은 그나이에 삶의 괴로움과 다양한 사건사고를 희화시켜 소화시킬 줄 아는 아량을 가졌다는 것, 그리고 타인의 비방과 아니 땐 굴뚝에서 피어나는 연기들 속에서 눈이 메워 찌푸릴지언정 주저앉아 연기가 다 가시거나 누군가 물을 뿌려주기만을 바라는 소극적이고 못난 짓을 하지 않도록 다독이고 꾸짖어주는 좋은 지인을 가졌다는 사실이 그녀들의 잘났다면 잘난점이었다. 책속에는 잦게는 3차례 이상 적게는 한차례, 어디선간 한번쯤 보았을 명언과 시구, 그리고 그녀들의 여행지 뉴질랜드 관광지 곳곳에 새겨진, 그로 인해 가슴속에 새겨질 문구들이 볼드체로, 컬러를 달리하여 강조하고 있다. 단순히 좋은 글감을 늘어놓은 것도 아니었다. 망설이는자, 이것저것 욕심나는 자, 이미 늦었다고 한숨쉬는 자 등등 지금의 현실에 주저앉아 있는 이유들 별로, 혹은 그모든 연유로 방황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천천히, 그렇지만 답답하지 않은 속도와 쉼을 가지고 이야기 하고 있었다.

 

책속에 실린 그녀들의 사진또한 그랬다. 예쁘기만 하고 이것저것 자신들이 가진 수많은 자랑거리는 아에 존재조차 하지 않았다. 멋진 방이라던가 그녀들이 근무하는 사무실의 책상언저리라던가, 공모전 수상자 다운 상장이나 화려한 기획서등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뉴질랜드, 그 더없이 '자연스러운 자연'과 어우러진 그녀들의 모습만 가득했다. 커플들 사이에서도 흐트러진 머리마저 자연스럽고 강인해 보이던 그녀, 배앓이를 통해 천사를 만났다고 그야말로 천진무구한 표정으로 뛰노는 그녀등 하나하나 어루만져 주다보면 어느새 그 손의 방향이 내 머리맡으로 내 가슴으로 그리고 지나간 내 과거의 어느시점에 닿아있는 것을 깨닫게 된다.

 

기대감이 많았던 책이었다. 대놓고 자랑질 좀 해봐. 어디 한번 웃겨봐. 나를 한번 부러워 몸서리쳐지게 그래서 어서빨리 너도 일어나라고, 그녀들보다 서너살은 더 먹었으니 무엇하나 당장 이뤄내보이라고 나를 채근해주길 기대했던 책이었다. 모진, 아주 모진 채찍을 기대하고 읽었던 책은 1시간 30분, 길지 않은 시간에 과거의 나를 다독이고 현재의 나를 일으켜 미래의 좀 더 나은 나를 만나게 해주는 종합비타민제였다. 멋진 책. 책을 읽고나면 이 책을 누구에게 선물해주면 좋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는데 참 오랫동안 망설였다. 누군가에게 주고 싶지 않은 못난심보가 쉽게 떨쳐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속에 수많은 명언과 시구, 예쁜 그녀들과 아직은 좀 더 만나고 싶은 맘을 누굴 탓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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