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도서관 1
요시자키 세이무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가방도서관이 존재한다면 어떨까...란 생각은 해보질 못했다.

창의적인 생각이 다소 부족했던 까닭인지 열매 대신 책이 열리는 나무라던가,

책으로 가득찬 미로 혹은 비밀의 방, 그리고 실제 운영되는 이동도서관(버스 등)은 생각해봤었지만..

가방도서관이라.. 일단 허리에 밧줄을 묶고 가방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는 아이들을 그린 페이지에서는

다소 겁이 났던게 사실. 무엇보다 밧줄없이 무작정 가방속으로 들어가면 다시는 가방밖으로 나올 수 없다는

기정 사실을 알기도 전부터 더럭 그게 겁이 났던거다. 허리가 넘 아파서 혹은 중간에 밧줄이 끊어져서 나올수

없게되어버리면 어쩌나 하고 말이다.

 

물론 가방도서관에 들어가면 자신이 생각하는 혹은 내면에 숨겨진 이미지가 눈앞에서 펼쳐지는 기이한 체험을

할 수있기에 가족을 그리워하면 이따금 다가갈 수 없는 저 너머즘 서가에 가족들이 책을 보는 모습이라더나 혹

자신을 제외한 가족들이 테라스나 패밀리레스토랑의 다른 테이블에 앉아 식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래도...되돌릴 수 없거나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전제가 존재하면...난 두렵다.

 

몇권의 책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일본만화의 대부분이 그러하고 요즘 나오는 만화의 흐름이 그러한지는 모르지만 각 권의 이야기는 단독으로

창작된듯 싶으면서도 기묘하게 전체적으로 이어져 있다. 가방도서관에서는 처음 사서와 가방이 만나게 된 이야기가

어느편엔가 등장할 것이고 사서는 왜 오랜시간 나이들지 않는건지, 가방 도서관의 대출기한이 왜 1년인것인지 뭐 등등...

 

1권만 봐서는 키노의 여행이란 작품과 내용이 흡사하게 느껴졌다.

장소가 계속 이동되는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직접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현 사회와 인간의 탐욕과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의문과 끊임없이 문제를 던지면서도 늘상 한걸음 물러나있는 주인공의 시선이 그랬다.

 

1권의 마지막 편...

꼭 소장하고 싶은 책을 얻기위해 세상의 모든 책을 구할 수 있다는 가방도서관을 뒤쫓는 여자의 무모한 집착의 끝을

보여주는 대사.

 



아이들 : 누나는 어떤 책을 찾고 계신데요?
여자 : 어떤 책인지 잊어버렸어.



 

누군가 말했다.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것을 그때그때 시작하지 못한 상태로 계속 미루거나 '적절한 때'를 기다리다 보면

결국 자신의 꿈을 상실하게 된다고. 마찬가지로 어떤 대상을 향해 그릇된 집착으로 다가서면 궁극에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지표자체를 잃게 되는 것이다.

정말 원하는 책, 갖고싶은 책이 무엇인지를 잃어버린 체, 심지어 그것을 자각하지 못한 상태로 가방도서관을 쫓아다니는

그녀의 모습은 불과 한달전에 나와 너무도 닮아보였다. 정말, 꼭, 해야하고 갖고싶은 건 무엇일까. 죽음이라는 절대적인

기로에 서면 결국 다 부질없는 사유물일 뿐인데 말이다. 그저 살아있음에 하루하루 감사하고 행복해 하기만도 부족한 시간.

 

그나저나 괴테에 대해, 그의 작품에 대해 무지하게 읽고 싶게 만드는 책임에는 분명하다.

아...왠지 이번주 내로 괴테전집은 아니더라도 뭐 하나 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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