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섭의 길

소지섭의 길
소지섭 글.사진 / 살림 / 2010년 8월

소지섭의 길.

연예인들의 책쓰기가 일반화된 요즘 그는 무엇을 소재로 삼았을까 궁금했었다.

아무래도 카메라 광고모델로 활동하니 '사진' 혹은 '여행'이겠거니 했는데 역시나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때문에 이나이에 연예인 화보집을 사기에는 좀 그런듯도 싶고 딱히 끌리는 여행지를 다녀온것도 아닌듯해서 기억에서 잊혀졌던 책.

그러다 귀국한 언니와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눌겸 동네 스타벅스에 갔다가 읽게 되었다.

내가 별로라고 여기며 무시했던 내가 간과했던 그의 정적이 들어있었다. 그는... 분단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 DMZ에 있었다.
 

지역별로 지명이 가진 의미와 전설에 대한 설명을 붙여두었지만 그렇다고 이책이 분단의 아픔을 그린 다큐멘터리는 아니었다.

그와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시인, 사진가, 만화가, 커플아티스트, 새박사, 그리고 가수등 서로 다른 곳에서 각자의 꿈을 향해

가는 동시대의 '젊음'을 간직한 이들과의 벽없는 만남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었다. 나이가 한참어린 스무살 새박사님에게도

이것저것 궁금한 것은 물어보고 그를 '소간지' 혹은 '절친'이라 부르는 이외수씨와의 속없는 담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소지섭,

그가 얼마나 따뜻한 웃음과 여유를 가졌는지를 느끼게 했다. 그저 좋은 인상의 배우에서 한번즘 만나 편안하게 그렇다고 덮어

놓고 친한척하지 않는 적당한 거리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그런 '소 군'으로만 보여졌다.

 
나이가 지긋하신, 이제 어린 아이들에게 할아버지로 불릴 만한 그는 나이가 먹었기에 부끄럼도 없이 편안하게

흥에 겨워 춤을 추며 그에게 나이먹는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나도 모르게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감정표현에 솔직한게 청춘이라고 하지만 어느샌가 우리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적당히 절제해야 바른 청년,

매너남 혹은 센스있는 여성으로 보여지기 시작했다. 기쁘다고 맘껏 춤을 출 수 있는 그런 때는 아직 오지 않거나

이미지나가버린 듯 하다.

소지섭의 길은 일반 사람들이 갈 수 없는 길, DMZ에서 촬영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책을 읽고 나면 정작 그가 말하고자 한 '길'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게된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갈 수 없는 길은 있을지 몰라도 마음에서 갈 수 없는 길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지금 나는...내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지, 혹은 그길을 갈 수 없다고 생각해서 아에 몸을 반대로 틀고 저 쪽으로만 향해 가는건 아닌지.

소지섭의 길은, 그의 이야기보다 나의 이야기를 돌아보게 만드는 '길'을 찾는 독특한 에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