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쓰는 순간 다시 시작된다 - 지나온 시간을 선물로 바꾸는 기록의 힘
김현주 지음 / 미다스북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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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의 나이에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써 내려간 이 책은, 한 사람의 인생에 남은 선택과 상실, 그리고 뒤늦게 발견한 소중함에 관한 기록이다. 저자는 고등학교 시절 정해진 대입의 길에서 벗어나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입시를 치르지 않겠다는 결정은 분명 스스로 내린 것이었지만, 그렇다고 뚜렷한 꿈이나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결혼하고 자녀를 낳고 오랜 시간 직장생활을 이어 가는 동안 생활은 비교적 안정적이었지만, 마음 한편에는 늘 지금의 삶에서 벗어나 다른 무언가를 해 보고 싶은 갈망이 자리했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엄마라는 이름은 늘 비껴가는 것이라는 것을, 한 박자 늦거나 빠르다는 것을, 사랑하는 마음과 달리 제때 당도하기 어렵다는 것을.(...) 부모와 자식으로 만난 우리는 어쩜 그렇게 서로 어긋남 속에서, 아쉬워하고 서운해하며 각자의 몫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107쪽


아이를 키우면서도 퇴근 후 여러 가지를 배우며 새로운 가능성을 찾았지만, 어느 하나를 오래 붙들지는 못했다. 그러다 IMF로 명예퇴직을 하게 되었고, 저자는 이를 단순한 불행으로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오래 품어 온 바람을 따라 학원을 운영하고 카페 경영에도 도전했다. 다만 충분히 알아보지 않은 채 시작한 일은 사기로 이어졌고, 넉넉했던 경제적 형편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모든 것을 잃은 경험은 고통스러웠겠지만, 동시에 무엇을 움켜쥐고 살아왔는지 돌아보게 했다. 저자는 비움의 삶에 눈을 돌리며 돈의 가치와 그것을 책임 있게 사용하는 일의 중요성을 새롭게 깨닫는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힘을 잃는 일이 아니라 사랑의 방향이 바뀌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돌봄을 받는 아이였던 내가, 오래도록 나를 사랑해 준 사람들에게 이제는 그 사랑을 돌려드려야 한다는 삶의 순리를 깨닫게 됩니다. 50-51쪽


저자의 성장 배경과 가족 이야기도 인상 깊다. 군인이었던 아버지의 잦은 이사로 어린 시절을 할머니 댁에서 보낸 저자는 시골의 자연과 꽃을 가까이하며 자랐다. 그 기억은 따뜻하게 남아 있지만, 형제들과 함께한 시간이 적었고 어머니와도 친밀한 관계를 쌓지 못했다. 이후 자신이 직장생활을 하며 딸을 키울 때도 충분히 함께하지 못했고, 딸은 대학에 들어간 뒤 교회활동에 몰두하다 결혼하면서 모녀가 각별한 시간을 쌓을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일흔이 된 저자는 가까움이 반드시 자주 만나고 모든 것을 나누는 모습만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서로의 삶을 존중하고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적당한 거리를 지키는 것 또한 사랑의 한 방식이라는 깨달음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건 물질적 채움보다 마음의 넉넉함과 여유가 아닐까 합니다. 진정한 나를 만나고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매 순간 감사함으로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그 자체로 행복입니다. 265쪽


저자는 읽고 쓰는 과정을 통해 자신이 놓친 것과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을 발견했고, 그 끝에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 확인한다. 지나온 시간을 글로 정리하는 일은 후회만을 되짚는 일이 아니라, 경험 속에 묻혀 있던 마음과 가치를 찾아내는 과정일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독자들에게도 자서전 쓰기를 권한다. 특별한 업적이 있어야만 기록할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하루와 선택, 상처와 기쁨을 문장으로 남기다 보면 자신도 몰랐던 삶의 의미가 드러날 수 있다. 이 책은 늦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돌아보고 새롭게 배울 수 있으며, 비워 낸 자리에 비로소 무엇이 소중한지 보일 수 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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