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자크 데리다 지음, 강선형 옮김 / 이학사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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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 자크 데리다 / 완독서평

그동안 일상에서 대화를 나누거나 서평을 적을 때 ‘사유한다’라는 표현을 얼마나 자주 사용했던가. 그때의 사유는 단순하게 스치듯 생각하는 것을 넘어, 진지하게 개념을 인식하고 판단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타이틀의 저 문장은 데리다가 직접 한 말이 아니라 철학자 알랭이 남긴 것이며, 이 책은 이를 주제로 데리다가 강의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렇다 보니 처음 몇 페이지를 읽을 때만 하더라도 무조건적인 수용이나 포기가 아닌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기 위해 주어진 것을 의심하고 질문하는 것이 ‘사유한다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책을 읽어갈수록 그 ‘아니오’가 단순한 반대나 거부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생겼다. 특히 베르그손을 다루는 부분에서 비판이 아닌 그의 논리를 따라가며 그 안에서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낸다. 여기서 ‘반복한다’는 말의 의미가 중요해진다.

그러므로 여기서 중요한 것은 베르그손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철학자를 비판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필연적으로 비지성의 영역에서 움직이게 되는 형편없는 행위다.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베르그손주의로부터 출발하여 세 가지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면서 베르그손주의를 반복하는 것이다. 111쪽

반복한다는 것은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었다. 베르그손의 사유를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반박하는 대신, 그 논리를 끝까지 따라가면서 다시 질문을 발생시키는 것이었다. 결국 ‘아니오’라고 말하기 위해서도 어떤 ‘예’가 이미 전제되어 있다. 무엇인가를 부정하려면 우선 그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을 긍정하고 있었는지를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유는 단순히 모든 것을 의심하는 회의주의와도 다르다. 오히려 이미 주어진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그 부정 자체가 어떤 조건 위에서 가능한지를 다시 묻는 과정에 가깝다. 이러한 문제는 베르그손뿐만 아니라 후설과 사르트르를 거치면서 ‘무’와 ‘부정’의 문제로 이어진다. 특히 사르트르의 논의를 통해서는 존재하는 것을 단순히 존재하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아닌 것’이나 ‘아직 아닌 것’, 다른 가능성과의 관계 속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물이 실제로 무가 된다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에 대해 ‘아니다’라고 말하고 다른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는 사유의 능력이다. 바로 그 가능성이 우리가 세계를 하나의 고정된 상태로만 받아들이지 않도록 한다.

즉 즉자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무화되는 것, 사르트르의 표현에 따르면 대자에 의해 있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세계 전체의 무화를 가능하게 하는 대자는 어떤 존재여야 하는 지를 물어야 한다. 139쪽

책을 읽기 전의 나는 ‘사유한다’는 것을 주어진 지식을 바탕으로 질문을 만들고 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이후에는 ‘사유란 무엇이다’라는 하나의 정의에 도달하는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정의에 도달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다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알랭의 “사유한다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라는 문장은 그래서 단순한 부정의 의미가 아니라, 이미 주어진 것에 머무르지 않고 그 조건과 가능성까지 되묻는 사유의 운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다가왔다. 나에게 이 책은 ‘아니오’라고 말하는 법을 알려준 것이 아니라, 내가 ‘아니오’라고 말할 때 무엇을 전제로 하고 있는지까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 책이었다.

우주 @woojoos_story 진행으로 우주클럽_철학방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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