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인
정윈만 지음, 김소희 옮김 / 빈페이지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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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지금의 상황은 장국영의 우울(그리고 우울증)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용기를 낼 수 있다면, 우리는 장국영의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그의 우울까지 직면해야 한다. 332쪽

인구의 60퍼센트가 우울 증상을 경험하는 도시 홍콩. 그 도시를 떠올렸을 때 작가는 장국영을 떠올렸다고 한다. 찬란한 번영과 자유롭고 낭만적인 분위기(같은 쪽) 때문에. 헌데 이미 별이 된 그의 노래를 들으며 소설을 읽자니 마치 일주일 전에 실연당한 사람처럼 순간 순간 울컥하며 읽었다. 그렇다면 이 소설집은 그저 우울만을 말하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결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 소설은 끊임없이 삶을 말하고 있었다. 자연재해로 인한 것이든 뇌 머릿속에 일어난 사고든 상관없이 죽음이 올지라도 그것이 결코 끝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노래 가사에도 등장하듯 누군가를 치유하는 것은 한 번의 키스일 수도 있고, 그저 곁에 있어주는 살아있는 존재면 충분했다. 고양이든 개든 상관없이.

고양이가 아프기 시작했을 무렵, 나는 막 임신한 상태였으나 남편은 사라지고 없었다. 29쪽, 연기처럼 흩어져 사라지는, 회비연멸 중에서

사실 성모 마리아니 그리스도니 부처니 하는 것들은 내게 너무나도 머나먼 존재였다. 이 세상에서 내 옆에 있는 건 오로지 아버지뿐이다. 145-146쪽, 뜨거운 에너지, 대열

˝사실 대부분 점치는 법을 배우고 싶어 했지만, 이 세상에 길은 좇고 흉은 피하는 방법 같은 건 존재하지 않죠.˝
˝어째서요?˝
˝이 세상에는 진정한 길도, 진정한 흉도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좋고 나쁨은 상대적인 개념일 뿐이에요, 삶과 죽음처럼요.˝ 205쪽, 나를 안아주지 않는 사람, 불상옹포아적인 중에서

우울증을 앓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나는 이 책의 집필을 통해 우울증의 결말이 오직 죽음만은 아니라는 것을, 창작의 결실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작가의 말 중에서 334쪽

서두에 소설을 읽으면서 작품의 제목이 된 장국영의 노래를 들었다고 언급했었는데, 그가 출연했던 영화 ost도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금지옥엽은 공유와 윤은혜 주연의 ‘커피 프린스 1호점‘ 이전에 이미 ‘남장여자‘ 캐릭터에 빠지게 된 작품이기도 하다. 성별의 모호함으로 자신의 마음을 부정하다가 결국 그 모든 것을 극복할 정도로 상대를 사랑하게 되는 것, 그 자체가 어쩌면 이 소설집의 제목인 ‘유심인‘과 닮지 않았을까.

이 소설집의 첫번째 작품, <춘하추동> 가사를 잠시 옮겨오면, 봄이든, 여름이든, 가을이든, 겨울이든 당신이 아직 여기에 있다면 아름다울거라고 말한다. 이 별에서 당신을 만난 것이 행운이었다고. 저자는 도시의 우울로 장국영을 떠올리면서 그의 죽음보다 그가 남긴 작품들을 더 먼저, 많이 기억되길 바란 것이 아닐까 싶었다. 덕분에 그의 노래를 잘몰랐던 나조차 잠시 우울했어도 결국 아름다운 사람을 알았노라고, 그의 작품을 참 오래도록 보아왔다고 고백하고 싶다.
#유심인 #장국영 #정윈만 #홍콩 #빈페이지 @book_empty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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