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이 오사무, 문장의 기억 (양장) - 살아 있음의 슬픔, 고독을 건너는 문장들 Memory of Sentences Series 4
다자이 오사무 원작, 박예진 편역 / 리텍콘텐츠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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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사랑하고 싶다?라고 눈물이 날 만큼 생각했다. 가만히 하늘을 보고 있으면, 점점 하늘이 변해간다. 점점 푸르스름해진다. (...)

지금처럼 나뭇잎이나 풀이 투명하게, 아름답게 보인 적이 없었다. 살짝 풀잎에 손을 대보았다. 아름답게 살고 싶다. sentence 060, 90쪽


위의 문장은 다자이 오사무의 <여학생>에 나오는 문장으로 살고자하는 의지와 동시에 스스로 삶을 끝내고야 만 작가의 마음이 잘담긴 문장 중 하나이다. 엮은이는 해당 문장을 '삶은 고통스럽지만 아름다운 것'이라 요약했다. <문장의 기억 필사> 시리즈는 개인적으로 고전을 접하려는 이들에게 추천하고싶은 책이기도 하다. 필사를 위해 멋있어 보이는 문장을 발췌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작품을 해설해주는 문학 도슨트와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서두에 밝힌 <여학생>편 이전에 대표작이기도 한 <인간실격>이 먼저 등장하는 데 사실 오래 전에 읽고 최근에 다시 읽으면서도 저자와 요조를 별개로 생각할 수 없어 괴롭기만 했다. 희망이 무엇이었을까. 자신을 어떻게든 사랑으로 안아주던 여인에게서 도망친 요조에게 어떤 희망을 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다음의 정리글을 보며 마음이 편안해졌다.


요조는 자신의 고독을 끝내 받아들이지 못하고 파멸로 치닫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은 완전하지 않으며, 완전하지 않은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리고 이 질문과 함께 요조를 바라봄으로써 우리는 마침내 실패, 낙오, 상실과 맞닿은 삶 또한 인간 존재의 한 방식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죠.이처럼 <인간실격>은 단순히 절망의 기록이 아닌, 실패 속에 서도 인간으로 남으려는 몸부림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52쪽


저자가 바라보는 시선으로 작품을 대하면 편협한 시선으로 읽는 것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실격>은 물론 신앙을 가진 사람에게 혹은 종교는 없어도 예수의 선함을 부정하지 않는 이에게 <직소>와 같은 작품은 그저 못나보이기만 했던 유다의 상황을 좀 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 그런가하면 자식 때문에 혹은 가정을 위해 고단한 세월을 지나온 부모라면 '아이보다 부모가 더 소중하다고, 아이보다 부모가 더 약한 존재라고' 말하는 <앵두> 작품을 그저 울거나 못난 아버지를 탓하는 일차원적인 입장만을 고수하진 못할 것이다. 연약하기 때문에 사랑하면서도 죄를 짓고, 연약하기 때문에 지켜내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 한 송이를 보고도 다시 살고자 했던 다자이 오사무의 마음이 작품 곳곳에 묻어나 있었다. 이런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고 잘 담아 문장으로 적어볼 수 있도록 구성된 '문장의 기억'. 역시나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을 이제 막 시작하거나 읽었으나 정리가 되지 않았던 분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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