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행복 (사계절 리미티드 에디션) - 가장 알맞은 시절에 건네는 스물네 번의 다정한 안부
김신지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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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의 연례행사가 생기기를 바라며‘,로 시작되는 <제철행복>.
저자 김신지 작가는 이전에 출간한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와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를 읽었기에 모임에서 2025년 마지막 주제도서로 선정되었다는 톡을 보고 엄청 반가워했었다. 그 기대를 충족하고도 남을 만큼 24절기를 대하는 저자만의 ‘연례행사’는 공감 가는 부분도 있었고, 저자가 대단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으며, 언젠가 꼭 해보고 싶은 부러움이 생기는 내용들도 있었다. 이 세 가지의 주된 내용을 마구마구 섞어가며, 내키는 대로 몇 자 더 적어보겠다.

‘행복이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제철에 있는 거라면, 계절마다 ‘아는 행복’을 다시 한번 느끼며 살고 싶었다. 그 마음은 자연스레 제철을 챙기는 것으로 이어졌다.’ 5쪽

책을 읽기 전에는 느끼지 못했는데 의외로 제철마다 하고 있는 행사까진 아니지만 챙기는 것들이 있었다. 가령 아버지의 그해 첫 과메기는 놓치지 않고 주문해서 보내 드리고 있는데 누군가 이 이야기만 들으면 꽤나 효녀처럼 보이겠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사실은 이렇게 보내드리게 된 이유가 있었다. 언니와 나 그리고 엄마 모두 지나치게 향이 강하거나 비린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 그렇다 보니 홍어 같은 음식은 늘 아버지 혼자 드셔야 했는데 언젠가 아버지가 과메기도 사 오셔서 드시는데 한 번만 먹어보라고 하시는데도 영 내키질 않았다. 끝까지 먹지 않다가 회사 회식으로 횟집에 갔을 때 맛보기로 과메기가 나온 적이 있었다. 같이 간 분들이 모두 맛있다고 먹어보라길래 계속 거절하기가 어려워 맛을 보았는데, 아핫! 비릿해서 괴로워지기 직전에 알싸하고 매콤한 마늘종과 초장 그리고 아삭거리는 배추에 지나치게 개운해질 즘 치고 들어오는 김의 비릿함과 과메기의 고소함이 어찌나 맛있던지. 아버지가 먹으라 할 때 왜 먹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과 죄송함을 좀 덜어보고자 보내드리기 시작한 게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 다행인 건 아버지가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늘 과메기를 잘 받았다며 단톡방에 인증샷까지 올려주시며 맛있게 드신다는 거다. 책 얘기하다 말고 참 길었다.

서둘러 얼마전 이었던 ‘동지’편 이야기를 이어 하자면, ‘김칫국 토크’ 이거 참 좋아 보였다.

3년 전의 나는 김칫국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 이번 책….. 베스트셀러가 되고 말았어.”
친구는 바통을 이어받아 말했다.
“내 뉴스레터 보고 무려 ㅇㅇ에서 연락이 왔어.”
나머지 한 친구도 넙죽 김칫국 드링킹.
“이직 성공! 연봉 높여서 금융치료 제대로 함. 집에서 너무 멀어서 그게 걱정이야.” 307쪽

아, 이런 김칫국 토크 정말 바람직하고 희망적이지 않은가. 연말에 작년에 비해 달라진 게 없다거나 더 부족했다는 이야기 말고 과하거나 노력 없이 기대만 가지면 안 되지만 그래도 이런 희망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었음 좋겠다. 이어서 오늘 내일 엄청 춥다고 하니 ‘대한’편에 대한 이야기로 가보겠다.

겨울의 어원을 옛말 ‘겻다’로 보는데, ‘겻다’는 ‘머무르다’, ‘집에 있다’라는 뜻을 품고 있다. 그건 곧 겨울을 보내기에 가장 아늑한 아지트는 역시 집이란 말이겠지. (…)
겨울은 모름지기 시집의 계절이니까 좋아하는 시집들을 쌓아두고 읽는다. 327쪽

집에 머물러야 할 추위에 아이와 여행을 앞두고 있다. 집을 지키겠다는 명목으로 남편은 집에 남는다고 하는데 크게 걱정은 안된다. 지난 제주여행을 아들과 둘이서도 잘 해냈기 때문에 아이도 나도 은근 둘만의 여행을 기대하는 부분도 있고 무엇보다 약간의 거리와 이따금 짧은 헤어짐은 관계를 더 좋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끝으로 모임에서 공통적으로 나온 감상평은, ‘이 책은 한 번 읽고 마는 것이 아니라 소장해서 매 절기마다 읽어야 한다, 선물하기에 정말 좋은 책이다’ 였으므로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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