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삼국지 인생공부 - 천하를 움직인 심리전략 ㅣ 인생공부 시리즈
김태현 지음, 나관중 원작 / PASCAL / 2025년 10월
평점 :
첫 시작 문장만 봐도 딱 느낌이 왔는데, ‘천하의 대세는 오래 나뉘면 반드시 합쳐지고, 오래 합쳐지면 반드시 나뉜다(26쪽).’는 문장이었다. 풀이해보면 삼국지가 배경인 후한말 뿐 아니라 로마가 최대 권력을 가졌던 시기에도, 또 이후 유럽의 번영기에도 역사의 패턴은 전쟁으로 하나의 정권이 세워지면 이에 불만을 가진 세력 다툼이 일어나 분리되고, 이를 또 통일시키려는 전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을 기반으로 삼국지에서 조조, 손권 그리고 유비와 관우, 장비 그리고 제갈량의 이야기를 보고 있으면 그 흐름이 자연스럽게 보였다.
제갈량이 말한 “화혜복지소의, 복혜화지소복” 이라는 문장은 단순한 운명의 원리를 설명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생과 전략에서 변화를 읽고 대비하는 지혜를 강조하는 교훈입니다. 132쪽
진나라가 조나라를 상대로 장평대전에서 승리를 거뒀지만 도망치는 조나라 병사들을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잔인하게 몰살시켰으니 주변국에서 진을 상대로 모두 연합하여 대적한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 당장의 복의 눈이 멀어 화를 자초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반면 같은 문장을 두고 현대 레고 기업의 사례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닌텐도와 같은 디지털 게임 사업의 부흥으로 기업의 위기를 맞았지만 인류학자들을 고용해 아이들이 ‘도전, 몰입, 성취감, 사회적 인정’이 바탕이 되어야 진짜 놀이가 된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당장 우리집 7세 꼬마도 너튜브 등을 다소 이르게 접했음에도 여전히 레고가 최애인 건 변함이 없다. 편저자의 말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변화와 대비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며, 위기를 기회로(133쪽) 만들 줄 아는 것이 과거에도 현재에도 중요한 전략인 셈이다. 삼국지를 떠올렸을 때 결코 빠지지 않는 ‘도원결의’와 관련된 문장도 인상깊었다. 우정과 신의와 관련된 소설과 역사적 사건이 많았지만 의리하면 도원결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다만 파트1에서 언급한 것처럼 관우의 복수를 위해 지나치게 부하들을 억합하고 상황을 주의깊게 살피지 못해 암살당한 장비의 사례는 안타깝지만 세 사람이 서로를 의지하고, 힘을 길러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은 협업과 연대가 반드시 필요한 세상에서 시대를 막론하고 가치있는 교훈이라 할 수 있다. 도원결의 만큼이나 자주 언급되는 대전이 ‘적벽대전’일 것이다. 손권이 혼자 만의 힘으로는 조조를 대적할 수 없음을 깨닫고 유비와 협력하여 승리로 이끈 전쟁으로 해당 사건을 두고 여러 의미있는 문장이 등장한다. 그중에서 손권이 자신의 능력을 냉정하게 살피고,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흘려 듣지 않았기에 가능했다는 ‘고부택덕량력, 이욕여조공쟁봉’외에도 ‘모사재인, 성사재천’, 즉 ‘일을 꾀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이루어지는 것은 하늘에 달려 있다(263쪽).’의 말이 와닿았다.
아무리 뛰어난 지략을 가진 조조라도 하늘의 뜻까지 거스를 수는 없었습니다. 그제야 그는 깨달았습니다. 인간이 아무리 완벽한 계획을 세운다 해도, 자연이 결정하는 운명의 흐름을 바꿀 수는 없는 법이었습니다. 266쪽
성서에서도 유사한 문구가 등장한다. 제 아무리 계획을 세워도, 밤 사이 인간의 목숨을 가져갈 수 있는 신의 존재가 그렇다. 신이든 자연이든, 인간의 나약함을 인지하고 결코 모든 것이 제 뜻대로 되리라는 착각에서 벗어나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어지는 마지막 파트5에서는 앞에서도 등장한 손자병법, 손무의 이야기가 다시금 등장한다.
“장수가 되려면 손무처럼 병법을 쓰고, 손빈처럼 전략을 짜야 한다.” 321쪽
가장 중요한 것은 싸움은 하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손자병법을 유명인사들이 동서양 상관없이 계속 읽고 추천하는 이유는 싸움, 전쟁기술이라고는 해도 결국 상대의 마음을 읽고 주변 상황을 잘 살피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기술이기 때문이다. 결국 손자병법도 그리고 삼국지도 자신과 적을 포함해 인간의 심리를 파악하지 못하면 전쟁에서 이기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병사의 수보다 전략, 전략만큼 중요한 하늘의 뜻까지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기억해야 할 내용들이 담겨져 있었다.
* 책을 다 읽고 서평을 쓰려던 차에 독립영화 <한란>을 보았는데 영화 속에서 ‘삼국지’를 읽고 싶었다는 대사가 나온다. 누군가에게 꼭 읽고 싶었을 삼국지. 그래서인지 시대는 반복된다는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삼국지인생공부 #삼국지 #영화한란 #김태현 #파스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