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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정원 - 제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개정판
심윤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8월
평점 :
이곳에 가져다놓으면 뭐든지 다 아름다워지는 걸까? 잘 살펴보면 삼층집 정원이라고 해서 값비싼 고급 나무들로 가득차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흔한 것이건 귀한 것이건 이곳의 아름다움을 만드는 데에는 다 같이 한몫을 하고 있었다. 365쪽
인생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 삶이라는 정원에는 더할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순간, 행복의 절정도 있겠지만 하루도 더 살 수 없을 것 같은 막막함과 고통 그리고 상실도 존재한다. 이 사실을 강조나 강요가 아닌 자발적으로 수용할 수 있을 때, 아닌 포용할 수 있을 때란 언제일까. 또 그 때라는 것이 반드시 어른이 되어야만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소설을 읽으면 깨달았다. 집안의 걱정이자 부끄럼이었던 ‘동구’가 희망이 사라진 할머니와 가족에게 ‘희망’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동구야, 많이 상심하고 있구나. 대개 이런 일들은 어른들끼리 해결하는 게 맞지만, 어른들이라고 뭐든지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어른들의 해결 방법이 늘 옳은 것도 아니고. 어린 네가 감당하기에는 벅찬 일임에 틀림없지만 잘 생각해보면 길이 있을 거야.’ 352쪽
난독증으로 글자를 읽거나 쓰지 못하는 열 살 동구. 반면 만으로 두 돌이 되기 전에 글을 읽는 여동생 영주는 집안의 자랑이자 타인에게 애정이란 걸 느껴본적 없을 것 같은 동구 할머니에게 까지 귀염을 받는다. 그런 영주를 질투를 느끼고 괴롭히는 커녕 다른 가족들과 마찬가지로 한없는 사랑을 주는 동구에게 처음으로 속마음을 물어봐주고 살펴주는 박영은 선생님. 목차를 보면 이 소설이 한국을 배경으로 했다는 것, 박 선생님의 고향이 광주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저절로 품게 되는 불안과 걱정을 떨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조바심을 누를 만큼 동구가 보여주는 ‘어른스러움’이 아닌 인간다움,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한계없는 이타심에 생물학적 나이로는 한참 어른이 나는 고개가 숙여질 뿐이다. 그런가하면 1970년 대, 보편적이었다는 심각한 고부갈등과 가족을 위해 희생이 당연시 되던 시절, 여성이 감내해야 했던 삶을 바라보는 것이 아무리 읽어도 괴롭기만 했다.
아버지가 엄마를 때리지는 말아야 할 텐데. 온통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 영주를 위로하기는커녕 나조차 이 순간에는 아버지가 정말로 없어져버렸으면 하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영주가 한층 앙다문 목소리로 힘주어 말했다.
“아빠를 혼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어.” 307쪽
누군가를 혼내는 방법, 나아가 벌을 내리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그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는 것일테다. 주요 사건을 다 말할 순 없지만 아내에게 자식 앞에서 시어머니를 나쁘게 말하는 것은 무식한 행동이라면서 정작 자신은 아이 앞에서 제 어미를 욕한 그가 받게 될 벌이 무엇일지는 뻔했다. 물론 모든 사람이 자신이 저지른 죄의 값을 치르는 것은 아닌데다 그가 잃게 되는 것이 그에게만 고통이 아니라는 점에서 진정한 회복과 용서의 필요성을 깨닫게 된다.
동구는 가족들을 무척 사랑하고, 친구들과도 사이가 아주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마음이 따듯하고 어른스러워서 담임인 저도 동구에게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저는 동구가 자라서 큰 인물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189쪽
한권의 소설에서 정말 중요한 것들이 다뤄지다보니 300페이지가 조금 넘는 이야기지만 아이들과 어른들 그리고 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 나눌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2002년, 작가의 첫 데뷔작인 작품을 20년이 지나 읽게 되었지만 그 전에 읽었던 작가의 작품들이 왜그리 따뜻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심윤경 #나의아름다운정원 #소설 #서평 #추천 @haniboo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