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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왜왜 동아리 ㅣ 창비아동문고 339
진형민 지음, 이윤희 그림 / 창비 / 2024년 10월
평점 :
왜왜왜 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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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안 돼! 그만 멈춰! 멈춰야 우리 모두 살 수 있어!
나 역시 그런 마음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 199쪽
저자가 말하는 멈춰야 우리 모두가 살 수 있다는 건 무엇을 향한 것일까. 온난화. 뜨거워지고 있는 지구. 이를 뒷받침하는 기사와 문헌들 만큼이나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시선들과 관련 기사들을 읽다보면 차라리 눈을 감고 모른 척 살고 싶어질 때가 있다. 하지만 내가 죽은 뒤 한참 더 살아야 할 내 아이와, 내 아이의 아이들 그리고 사람 뿐 아니라 지금 이 곳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들은 왜왜왜 멸종의 위기를 맞이해야하는 것일까.
왜왜왜 동아리의 저자 진형민 작가는 미래의 주인인 아이들의 시선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정작 문제를 해결해야 할 어른들의 현실을 동화라는 매개를 통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심에 록희, 용해시 시장 이경석의 딸 록희가 있었다.
록희는 아까 낮에 홍 변호사와 함께 아빠를 만나러 갔다. 아빠는 시장님이기 이전에 록희 아빠였고, 록희가 이제부터 무슨 일을 하려는지 알고 있어야 했다. 홍 변호사는 아빠에게 재판에 관해 자세히 설명한 다음, 먼저 시장실을 나갔다.
“고마워, 아빠.”
“뭐가?”
“아빠가 틀렸다고 말할 수 있게 해 줘서.” (…)
“아빠는 틀리지 않았어.” 185쪽
용해시에는 석탄발전소가 공사중이고, 최소 30년 이상 운영될 예정이다. 발전소와 함께 항구가 들어설 예정이라 바닷가 주변은 공사하는 트럭이 오가며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겼다. 인근에서 펜션을 하는 진모와 진경이네 집 부모는 더 버티지 못하고 서울로 이사갈 계획이다. 지구가 더워지면서 추운 겨울이 아닌 온난한 겨울이 이어지면서 사과나무의 해충이 죽지 않아 병충해를 입지 않은 나무들 까지 땅에 묻어야 했던 록희의 할머니 친구인 사과농장 할아버지 사정도 딱하기만 하다. 수온이 올라가 명태가 잡히지 않아 수입산 명태를 무쳐서 파는 사람은 물론 건조한 날씨로 인해 산불이 단시간에 퍼져 한 마을이 통째로 사라지기도 했다. 산불로 인해 아끼던 개 다정이와 생이별한 기주는 산불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하게 하는 엄마 때문에 더 괴롭다.
누가 알려 주면 좋겠는데 아무도 얘기를 안 해 줘. 어디 물어볼 데도 없고. 어른들은 우리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냥 살기를 바라는 거 같아. 43쪽
진경 누나는 이 모임이 아주 중요하다고 했다. 가족들이 우리를 인정해 주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 더 당당해질 수 있다고 했다.183쪽
어른들은 아픈 상처를 묻고 살거나 기주 이모처럼 무조건 ‘괜찮다’로 상대와 자신을 위로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나도 어느 새 그런 비겁한 어른이 되었지만 그 사정을, 그 까닭을 모르는 것이 아니기에 그런 태도가 무조건 나쁘다거나 무책임하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문제를 회피하면 결국 같은 문제를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이웃이 겪을 수 있고, 해결 방안을 찾지 않았던 그 이유로 반복될 수도 있다. 아픈 상처를 천으로 덮어만 둔다고 회복되지 않는다. 오히려 더 큰 상처로 이어진다. 아버지와 뜻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되었을 때 ‘가족은 한 팀’이라고 말하는 수찬이의 말에 록희는 고민이 늘어난다. 동화에서는 아버지와 딸이라는 혈연관계만을 이야기 했지만 사회에는 혈연 외에도 다양한 인연과 관계들이 ‘한 팀’으로 묶여지거나 묶임을 당한다. 록희 아버지가 틀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틀리지 않았다는 정도로는 아이들의 미래를 지켜갈 수 없다. 옳은 답이 있다면 그 답을 찾아야 하고, 그 답을 요구하는 이들의 의견에 귀기울여야 한다. 왜왜왜 동아리와 아이들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시장과 어른들의 판결이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모르기 때문에 한 가지의 시선으로만 답을 찾으면 안된다는 것을 아이들의 시선에서 쉽고 명확하게 바라볼 수 있는 동화, 왜왜왜 동아리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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