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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죽었다
박원재 지음 / 샘터사 / 2025년 10월
평점 :

예술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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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죽었다. 그 선언은 과장이 아니라 냉정한 진단이다. 우리는 예술을 삶의 언어로 받아들이기보다 소유의 대상으로 다뤄왔다. -에필로그 중에서
‘예술은 죽었다.’ 라는 타이틀이 다소 거칠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어떤 시선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렇다고 볼 수도 있다. 그 시선이란 무엇인가. 어떤 기준으로 보았을 때 예술이 죽었다고 저자는 느꼈던 것일까. 책을 읽기 전 개인적으로는 예술을 수집하는 행위 자체가 기업이나 단체 혹은 자본주의 서열 최고위층이 아닌 평범(이란 단어가 애매하긴 하지만)한 사람들마저 수집하는 요즘 만큼 예술이 살아있던 때가 있었을까 싶었었다. 10년 째 전시 해설사로 활동하면서 느끼는 변화도 10년 전과 비교했을 때 해설을 들으러 오는 분들 뿐 아니라 ‘도슨트’를 희망하는 사람들 자체가 엄청나게 많아졌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달리 말하면 여전히 ‘해설’이 필요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또 작품을 소장하려는 사람들이 다양해진 것은 분명하지만 소장하려는 작품이 신진작가나 비주류 작가들의 작품이 아닌 권위있는 상을 수상했거나 저자가 지적한 것처럼 국내 작가인데도 해외에서 ‘인정’받지 않으면 외면당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보이스와 부르주아의 작업은 예술이 개인과 공동체 모두를 삶의 주인으로 설 수 있게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146쪽
저자는 단순히 자본주의에 휘둘리고, 소수에 의해 인정받은 작가들만이 존재하는 예술 측면을 부정하거나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것이 아니었다. 진정한 의미의 ‘예술의 역할’과 그의 부합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독자에게 전달하며 예술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것이 강제나 독단이 아닌 ‘연대’와 ‘함께’라는 현 시대의 가장 필요한 덕목과 연결지어 이야기한다. 이런 연대를 위한 예술, 작가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지역사회의 경제적인 이득을 가져다주는 경우외에도 ‘다름을 인정하는 매체이자 주체로서의 예술’을 언급한 부분이 특히 와닿았다. 최근 여성, 노인 그리고 장애와 퀴어를 주제로 전시에서 여러 ‘손’을 전시한 후 그 손 위로 유리를 놓아 관람객이 유리 한장을 사이에 두고 마주잡은 듯한 체험을 유도한 작품을 관람한 적이 있었다. ‘그들의 손’을 간접적으로 맞잡거나 포개는 그 잠깐의 행위를 통해 ‘다름’ 그 자체가 아닌 다른 시선을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다양성은 이제 윤리도 미덕도 아니다. 그것은 지금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현실이다. 140쪽
그리고 예술의 장점이자 가장 큰 특징이 규칙에 의한 획일화 혹은 폭력에 의한 강제가 아닌 존중에 의한 공존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한다. 이를 도울 수 있는 방식으로서의 소셜미디어의 역할을 언급하기도 한다. 저자가 예로 든 작가외에도 SNS를 통해 매일 자신의 하루를 사진으로 혹은 드로잉으로 연작처럼 전시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또 팬데믹 이후 그 시절 직접 마주할 수 없었던 도시와 개인의 집안을 촬영하여 한 권의 책으로 출간한 경우도 있다. 이런 행위가 타인의 사적인 공간을 훔쳐보는 일탈이 아니라 ‘혼자서도 잘 해내야 하는’ 강박에서 꺼내어 직접적인 몸과 몸이 아닌 시선과 시선으로도 충분히 공감과 위로를 끌어낼 수 있음을 느끼게 한다.
우리는 예술을 통해 ‘다름을 보는 눈’이 아닌 ‘다름을 느끼는 몸’을 갖게 된다. 그것이야말로 예술의 힘이며, 오늘날 우리가 예술을 다시 삶의 중심에 두어야 할 가장 깊은 이유다. 113쪽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혹은 인용한 학자들의 ‘예술이란 ~이다.’라는 정의를 마주하면서 내가 생각하는 예술의 목적과 역할 그리고 방향성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책에서 언급한 부르주아 전시와 바스키아의 작품이 현재 전시중이라 책을 읽으면서 전시를 다녀와서 그 감상을 이곳에 풀어내면 좋을 것 같아 서평을 늦추려는 마음과 하루라도 빨리 더 이 책을 읽고 사람들이 찾았으면 하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이 심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예술의 부활’만을 생각하기로 했다. 예술이 부활하기 위해 필요한 접근성, 체험 그리고 소장과 공유의 방법들이 전혀 없거나 아주 새로운 것들이 아니었다. 이미 시작된 것들의 안정화와 확대 무엇보다 예술 자체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아마도 저자가 기대하는 독자의 반응이지 않을까 싶다. @isamtoh